150억 캡틴 타율이 2할대 초반, 실화인가…고난의 FA 3년차, “소심해졌다” 마음고생 털어놓다
[OSEN=잠실, 이후광 기자] '150억 원 캡틴' 나성범(35·KIA 타이거즈)은 어쩌다 타격 슬럼프에 빠지게 된 것일까.
나성범은 지난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2차전에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 활약으로 팀의 2연패 탈출 및 2위 사수를 이끌었다.
전날 5타수 무안타로 아쉬움을 삼켰던 나성범. 이날은 첫 타석부터 결승타를 때려냈다. 0-0이던 1회초 무사 1, 2루 찬스였다. 볼카운트 2B-2S에서 두산 선발 최준호의 6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익선상을 빠져나가는 2타점 3루타로 연결했다. 경기의 결승타를 때려낸 순간.
햄스트링 부상 이력이 있는 나성범이지만 타구가 워낙 깊숙한 곳으로 향했고, 우익수 헨리 라모스의 볼 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작년 8월 24일 수원 KT 위즈전 이후 291일 만에 통산 30번째 3루타를 기록했다.
3-0으로 앞선 2회초 득점권 찬스도 나성범답게 살렸다. 김도영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1사 2루 기회를 만든 가운데 나성범이 최준호의 초구 직구를 받아쳐 1타점 중전 적시타를 쳤다. 나성범은 지난 5월 1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이후 약 3주 만에 한 경기 3타점을 홀로 책임졌다.
나성범은 4회초 포수 파울플라이, 6회초 유격수 땅볼을 거쳐 8회초 타석 때 대타 이창진과 교체됐다. 시즌 타율은 2할2푼7리에서 2할3푼6리로 상승했다.
경기 후 만난 나성범은 결승 3루타에 대해 “코스가 좋았고 수비수가 천천히 가는 느낌이 들어서 충분히 3루까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솔직히 감독님께서 부상 복귀 후 3루타는 절대 없다고 했었다. 더 갈 수 있어도 2루까지만 가라고 했는데 수비수가 너무 천천히 처리하더라. 이 때가 기회다 싶어서 3루까지 뛰었다. 사실 주력도 원래 스피드의 80% 정도만 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타이거즈 캡틴 나성범은 6년 150억 원 초대형 FA 계약의 세 번째 시즌을 맞아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시범경기 막바지 불의의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4월 말이 돼서야 시즌 첫 경기를 치렀고, 5월 월간 타율 2할5푼에 이어 6월 들어 이날 전까지 1할4푼8리로 고전 중이다. 시즌 33경기 타율 2할3푼6리 6홈런 23타점 OPS .766을 비롯해 최근 10경기 타율 2할, 시즌 득점권 타율 2할5푼 등 모든 지표가 나성범답지 않다.
KIA는 나성범의 부상과 복귀 이후 잦은 기복에도 두 달 동안 1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나성범이 승리에 보탬이 된 경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KIA가 최근 8경기 2승 6패의 부진 속 59일 만에 LG 트윈스에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중삼타선에 위치한 나성범을 향한 아쉬움이 이전보다 커졌다. 나성범은 얼마 전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안일한 플레이로 인해 문책성 교체를 당하기도 했다.
나성범은 "매 번 힘들었다.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갔고, 잘 맞아야할 공이 다 파울이 됐다. 페어에서 결과가 좋게 나와야할 공들이 여러 개 있었는데 안 나오다보니 조금 소심해졌다. 공을 조금 더 보게 됐다. 원래 좋았을 때는 신경 안 쓰고 내 존에 오면 내 스윙해서 정타 맞으면 홈런도 나왔는데 최근에는 내가 공을 따라다니는 느낌이었다. 어제 저녁에 내가 좋았을 때 영상을 많이 봤다. 다시 좋아지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범호 감독은 나성범의 부진을 “심리적인 문제다. 더 잘하고자 하는 의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라며 진단하며 “분명한 건 저런 선수들은 언젠가 다시 제자리를 찾고 팀이 원하는 방향에 맞게 올라온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톱을 찍은 선수는 시즌 끝날 때 되면 자기 몫을 해낸 시즌을 만든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본인이 그만큼 노력하고 연습도 한다”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이를 들은 나성범은 “부진을 헤쳐 나가려고, 또 신경 안 쓰려고 하는데 지금 팀이 중요한 시기에 있어서 계속 이겨야하는 상황이다. 지면 안 되는데 계속 분위기가 최근에 처졌다”라며 “팀 분위기를 더 안 처지게 하려고 선수들이 힘낼 수 있도록 파이팅을 해주고 있다”라고 캡틴의 책임감을 뽐냈다.
6월 들어 부침을 겪고 있는 선수들을 향한 메시지도 남겼다. 나성범은 “우리는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조금 힘들지만 앞으로가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날씨가 더욱 더워질 거고, 체력도 다 떨어질 것이다. 7~8월 두 달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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