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VX "한미약품에 기대지 않고 자생력 갖출 수 있다" [인터뷰+]
"임종윤의 유증 간접 참여, 대주주 책임경영 강화 차원"
"건기식 및 의약품 유통이 캐시카우…밸류체인 전반 경쟁력 갖춰"
“주식 매매가 정지돼 있던 개선기간에도 한미약품그룹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고 한국거래소의 거래재개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한미약품그룹에 기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하면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안정적으로 성장해나갈 기반을, 즉 자생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이용구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대표는 최근 한경닷컴과 만나 일각에서 제기됐던 한미약품으로의 피인수설에 대해 이 같이 반박했다.
DXVX의 최대주주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다. 그는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 작고 이후 일가족들 사이에서 벌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남동생(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과 함께 승리했다. 다만 일가족 개개인당 수백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 마련이 문제다. 경영권 분쟁에서는 승리한 임종윤 이사도 현금이 절실한 상황이다. DXVX의 한미약품 피인수설이 제기된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DXVX가 지난달 29일 결정한 약 50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임종윤 이사가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알려지자 논란이 증폭됐다. 임 이사는 배정된 청약권리를 특수관계법인에 넘기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용구 대표는 “오히려 최대주주로서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인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는 개인보다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주식을 팔기가 더 까다롭다는 것이다. DXVX 유상증자에 대신 참여할 특수관계법인은 코리그룹으로 추정된다. 코리그룹은 임 이사가 홍콩에 세운 바이오기업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재무구조 안정, 사업확장과 연구·개발(R&D) 투자에 활용될 계획이다. 503억원 중 230억원은 전환사채(CB)를 돈으로 상환하라는 요구를 받을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두고, 나머지는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건기식 판매’가 주력사업?…“R&D·생산·유통 다 갖췄다”
이 대표는 “사업 확장”이라고 표현했지만, 유상증자 결정 공시에 명시된 자금조달 목적은 ‘운영자금’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벌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임종윤 이사가 DXVX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주식 거래를 재개시키는 과정에서 사업구조가 재편됐다. 기존에는 신생아 등을 대상으로 한 유전체 분석 서비스가 주력 수익원이었지만, 임 이사가 인수한 이후에는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와 의약품 유통으로 바뀌었다.
특히 중국에서의 의약품과 기능성 제품의 유통 사업이 기대된다. DXVX 경영진의 상당수가 북경한미약품과 코리그룹을 통해 중국에서 의약품 유통 채널을 개척하는 데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용구 대표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에 설립된 DXVX의 중국법인(북경디아이웨이스생물과기유한공사)은 설립 첫해부터 161억원의 매출에 24%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그는 “신생 바이오텍 기업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가 신약 후보물질을 효능을 접목해 위탁생산한 건강기능식품이나 기능성 화장품으로 손쉽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면서 “DXVX는 R&D, 생산, 유통까지 헬스케어 비즈니스 밸류체인 전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그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DXVX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헬스케어 소재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보조제들이 출시되고 있다. 면역, 감기, 혈행개선, 인지력 개선 등 생애 전 주기를 대상으로 하는 콘셉트의 제품을 모두 12종 출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DXVX의 치료보조제는 코리그룹 이탈리아 법인(코리이태리)의 ATT연구소가 3년간 R&D한 결과로, 원료와 배합이 임상적으로 검증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산균 분유로 유명한 '오브맘' 브랜드의 기능성 제품도 판매한다. 유럽에서 특허를 받은 기술을 활용해 만든 영유아 및 임신기와 수유 시기의 여성에 특화된 제품, 젊은 여성을 위한 헬스앤뷰티 제품 등 3종이 판매되고 있다. 이달 중 3개 제품이 추가로 출시될 예정이다.
자회사 한국바이오팜의 식품·의약품 제조·품질 관리(GMP) 인증 설비로 기능성 제품과 의약품을 직접 생산할 수 있다는 게 보통의 바이오텍과 구분되는 DXVX의 차별점이다. 한국바이오팜은 제조업체 개발·생산(ODM)과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을 통해 연간 15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려왔으나, 최근에는 외부 영업을 축소해가며 DXVX 제품 생산을 늘려가고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롤론티스의 FDA 허가 받아낸 권규찬 대표가 신약 R&D 총괄
헬스케어 사업으로 번 돈은 신약 개발에 투입한다. 신약 개발은 이 대표와 함께 DXVX의 각자 대표를 맡고 있는 권규찬 대표가 총괄한다. 그는 한미약품이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항암제 부작용인 호중구감소증을 치료하는 신약 롤론티스의 시판허가를 받아내는 개발 과정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DXVX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세 갈래로 나눠진다. 우선 임 이사의 캔서롭(현 DXVX) 인수한 배경인 옥스퍼드백메딕스의 면역 항암백신 후보 OVM-200은 현재 임상 1a상을 완료한 뒤 1b·2상을 진행 중이다. DXVX는 OVM-200을 도입해 개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옥스퍼드백메딕스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스핀아웃한 DXVX의 관계회사다. DXVX가 41.07%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분 62.66%를 보유한 종속회사인 에빅스젠의 안구건조증 치료제, 자체 신약개발연구소의 맞춤형 메신저리보핵산(mRNA) 항암백신 등을 개발 중이다.
캔서롭 시절 주력 사업이었다가 비중이 줄어든 유전체 분석 사업은 신약 개발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이 대표는 기대한다. 항암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항암 신약 후보물질의 경우 약효가 발현되는 비율이 중요한 평가지표 중 하나다. 이는 임상시험 디자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 어떤 기준으로 피험자를 선정하는지가 임상시험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이 기준을 바이오마커라고 한다. 이 대표는 “회사의 유전체 분석 기술은 바이오마커 발굴, 치료효과 검증 등 맞춤형 치료제의 임상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과 협업 논의 섣불러…코리그룹과 시너지 만들 것”
이용구 대표는 임종윤 이사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두 사람은 임 이사가 경영수업을 시작한 북경한미약품(한미약품의 중국법인)에서 처음 만났다. 임 이사가 코리그룹을 창업했을 때 이 대표는 미련 없이 한미약품그룹을 떠나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코리그룹은 2022년 기준 매출 약 4000억원, 영업이익 약 450억원의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당시 KPMG는 코리그룹의 기업가치를 약 1조2000억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코리그룹은 기획 단계의 신약 콘셉트나 비즈니즈 모델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DXVX가 코리그룹의 기획을 실제로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두 회사의 시너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미약품그룹과의 협업에 대해 이 대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미약품그룹에 의존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서다. 그는 “한미약품그룹의 R&D·생산 인프라를 활용하는 협업 가능성이 당연히 열려 있고, 희망한다”면서도 “아직 이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섣부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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