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중도우파 EPP 1위 지켰지만···극우 정당 13석 증가 예측
강경우파 ECR은 현 69석→73석으로,
극우파 ID는 49석→58석 관측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 정당이 약진하면서 유럽 정치 지형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하게 됐다. 이민·전쟁 등의 영향으로 민족주의가 고조된 데다 고물가로 유권자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극우 세력이 더욱 힘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의회가 9일 각국 출구조사 및 선거 전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집계한 잠정 예측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제1당 격인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은 전체 720석 중 185석(25.69%)을 얻어 유럽의회 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2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은 137석(19.03%)을 차지해, 의석 비중이 현 의회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제3당인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은 현재 102석(14.5%)에서 23석 감소한 79석(10.97%)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강경우파와 극우 정당은 예상대로 뚜렷한 약진세를 나타냈다. 강경우파 성향 정치 그룹인 유럽보수와개혁(ECR)은 현재 69석에서 73석으로 4석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극우 정치 그룹 ‘정체성과 민주주의(ID)’는 49석에서 58석으로 의석수가 9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ECR과 ID 의석 총합은 131석으로 현 의회보다 13석이 늘어난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 집권 르네상스당이 극우 국민연합에 1당 자리를 빼앗겨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 실시를 선언했다. 독일에선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이 집권 사회민주당을 3당으로 밀어내고 2당이 됐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에서도 극우 정당이 선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민, 전쟁, 성 소수자 문제 등 민족주의와 정체성에 관한 의제가 유권자들의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우익 정당이 지지 기반을 더욱 확장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물가가 치솟아 먹고 살기 팍팍해진 것도 ‘유럽통합’이라는 대의보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극우가 성장하는 토양이 됐다.
유럽 의회의 ‘우향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민 규제 강화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고,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친러시아, 친중 성향인 극우·포퓰리즘 정당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 차원의 공동 지원 기조가 흐릿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CNBC는 국경 통제 강화, 역외 이민자 강경 단속 등을 추구하는 우파가 득세하면서 차기 유럽의회가 활동하는 5년간 이 문제가 EU 의제의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의회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올해 선거 투표율이 다수 회원국에서 증가함에 따라 51%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019년 투표율(50.66%)보다 조금 높다. 최종 투표율 및 의석수는 추후 개표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유럽의회 선거가 종료됨에 따라 향후 5년간 EU를 이끌 새 지도부 구성 작업도 본격화된다. EU 27개국 정상들은 오는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공식 정상회의를 열어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지도부 구성 논의에 착수한다. 이후 27∼28일 정례 정상회의에서 EU 행정부 수반인 집행위원장 후보를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EPP이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EPP 선도 후보인 현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5)이 후보로 다시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9일 “강한 유럽을 위해 중도층에는 여전히 다수가 버티고 있다”면서 연임 의지를 밝혔다. 그는 극우 정당의 득세를 겨냥해 “우리는 모두 안정에 관심이 있고 강력하고 효과적인 유럽을 원한다”며 다른 중도 정당들에 자신의 위원장 연임 지지를 촉구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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