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 “오프라인만이 가진 ‘공간’에 힘줘…높아진 고객눈높이 맞춘다”
현대백화점 “오프라인 유통 패러다임의 대전환 이끌기 위해 갤러리 운영중”
롯데백화점 “프리미엄 경험 제공함으로써 고객에게 쇼핑 영감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네덜란드 유명 작가 그룹 스튜디오 드리프트의 대표작 '메도우'(Meadow)다. 꽃이 개화하는 모습을 공학적 설계를 통해 제작한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미술)다.
작품이 설치된 곳은 미술관이나 공연장이 아닌 바로 ‘백화점’이다. 지난달 말 재단장해 임시 개장한 롯데백화점 수원점의 새 이름 '타임빌라스 수원' 센터홀에 자리했다. 롯데백화점이 점포를 재단장하며 가장 공들인 공간이기도 하다.
10일 연합뉴스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백화점들이 예술작품을 활용한 아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오래전부터 인테리어에 예술 작품을 활용해왔지만, 최근에는 회화 작품뿐 아니라 설치예술 작품을 도입하거나 미술관처럼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예술작품은 백화점의 '럭셔리', '프리미엄'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오프라인에서 누릴 수 없는 공간에 대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강점이 있다고 업계는 강조한다.
메도우를 선보인 타임빌라스 수원은 백화점과 쇼핑몰 강점을 결합한 프리미엄 복합 쇼핑몰을 지향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예술작품은 오프라인만이 가진 공간을 활용해 고객들을 유입시키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쇼핑 영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명품 매장을 예술 작품들로 채워 고객들에게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을 선사하고 있다.
강남점을 2020년 리모델링하면서 3층 명품 매장을 미술관 수준으로 꾸몄다.
매장은 회화와 사진, 오브제, 조각 등 국내외 작품 250여점으로 채워져 있다.
신세계갤러리가 직접 운영하는 공간으로 큐레이터가 상주하며 고객들에게 전시된 작품들은 소개하고 구매까지 돕는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 때 미술시장이 호황을 맞은 이후 아트 콘텐츠에 대한 고객 눈높이와 기대치가 높아졌다"며 "높아진 고객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이 자체 운영하는 갤러리 전시도 활발하다.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 광복점, 광주점, 동탄점 등 모두 5개 점포에서 롯데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본점에서는 섬유를 구성하는 재료인 '실'을 탐구한 윤정희·조원아 작가의 전시 '유연하게 견고하게'를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광주점, 센텀시티점, 대구점, 대전 아트앤사이언스점에 이어 지난해 가을 럭셔리 편집숍 청담 분더샵 지하 1층에 신세계갤러리를 새로 열었다.
분더샵 갤러리에서는 지난 4월 김시영, 박서보, 윤형근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전시 '묵상'을 선보인 데 이어 현재 '아이폰 작가'로 불리는 일본 사진작가 RK(료스케 코스케)와 스트리트 아트를 전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날 강남점에 백화점과 호텔의 DNA를 결합한 제3의 공간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오픈했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라는 이름에는 사는 이의 취향과 안목이 드러나는 집(하우스)처럼 신세계만이 큐레이팅할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의 노하우를 집약해 선보이는 단 하나의 명품 공간"이라며 "공간과 콘텐츠, 고객의 마음을 채우는 서비스 혁신을 통해 오직 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와 매력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갤러리H를 점포에 두고 있다. 특히 더현대서울은 전문 미술관 수준의 전시 공간인 알트원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문을 연 알트원은 최근 누적 유료 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하는 고무적인 성과도 냈다. 현재 알트원에서는 '서양 미술 800년' 전시회를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이 단순히 물건만 사서 나가는 곳이 아니라 풍부한 예술적 경험과 영감, 힐링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오프라인 유통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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