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K-축제] 일본 마쓰리·스페인 메르세 부럽지 않으려면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2024. 6. 1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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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해외축제는 전통 문화 계승, 지역민의 주도적인 참여
춤 경연 대회에 머무는 축제, 홍보 기간도 짧아

[편집자주] 과자 한봉지 7만원, 바비큐 한접시에 5만원. 비위생적인 환경과 어딜가나 비슷비슷한 축제 콘텐츠. 불과 지난해까지 국내 지역 축제나 전통시장에서 발견된 모습들이다. 과연 올해는 어떨까. 한국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지역축제와 전통시장을 <뉴스1>이 직접 암행취재 했다.

수원을 대표하는 가을축제인 '제53회 수원화성문화제'ⓒ News1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전 세계 무대에서 한국 콘텐츠가 인정받는 지금, 축제를 통해 외국인들을 한국으로 끌어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개최한 21개 문화관광축제의 총 경제 파급 효과액은 1768~1820억 원 수준으로 취업 유발효과 약 258명, 고용유발효과 약 157명으로 산출했다. 한 개 축제의 평균 파급효과는 85억 원, 취업유발은 12명, 고용 유발은 7명 수준으로 분석했다.

◇ 전 세계 성공한 축제는?

해외의 성공한 축제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전통문화를 계승하려는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축제의 대부분은 공연, 전시, 특산물 판매 등으로 지역민들이 참여하지만, 축제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가까운 일본의 축제 '마쓰리'(祭り)만 봐도 우리 축제와 큰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마쓰리는 고대부터 일본 사람들은 수많은 일본의 신들을 찬양하고 기리기 위해 열어온 전통적인 축제이다. 춤, 음악, 의상, 음식으로 가득한 마쓰리는 지역마다 고유한 역사와 독특한 매력을 자랑한다.

현대에 이르러선 전통을 계승하면서 현대적인 축제로 진화에 성공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가장 주효했던 것은 '지역민들의 자발적 참여'이다. 우리나라의 축제와 비교해서 가장 큰 차별점 역시 지역민들이 수동적으로 참여하느냐 아니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문화 관광의 고도인 '교토'는 '기온 마쓰리', '아오이 마쓰리', '지다이 마쓰리' 등 전국에서 손꼽는 마쓰리를 열고 있다.

해당 마쓰리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기부,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한다. 특히, 전통적인 공예품과 예술품의 판매,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축제의 경제적 기반을 탄탄히 다진다.

이러한 재원 확보는 축제가 매년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일본 마쓰리 현장ⓒ AFP=뉴스1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메르세'(La Mercè)도 지역민의 참여로 성공한 축제이다.

수호성인인 메르세 성녀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로 시청에서 열리는 인간 탑 쌓기인 '카스텔'(Castells)로 유명하다.

전문 대회는 아니고 일종의 이벤트로 사람들끼리 협동심을 발휘해 누가 더 높게 쌓는지 경기를 펼친다. 탑에 제일 꼭대기에 오른 사람이 바르셀로나 시청 발코니에 있는 시장과 포옹하면 경기는 끝난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전 세대가 어우러져 하나의 팀을 이루는 게 특징이며 이를 통해 협동심뿐 아니라 애향심까지 고취한다.

바르셀로나의 메르세 축제ⓒ AFP=뉴스1
인간 탑 쌓기에 온 지역민들이 참여한다ⓒ AFP=뉴스1

◇ K-축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을까 올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1996년 문화관광축제 지원 제도를 도입한 이래 처음으로 '인천 펜타포트음악축제', '수원 화성문화제', '화천 산천어축제' 3개를 '글로벌 축제'로 선정해 육성한다.

공모를 통해 총 30개 축제가 신청했는데 서면 평가와 해외인지도 조사와 발표평가를 통해 공연 예술형(인천 펜타포트음악축제), 전통문화형(수원 화성문화제), 관광자원 특화형(화천 산천어축제) 축제를 각각 선정했다.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해당 3개 축제를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방한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열 국가대표 축제로 육성한다.

전문가 평가자문단을 통해 연간 성과도 지속적으로 점검해 축제당 외래관광객 100% 이상 증가, 지역경제 활성화 성과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는 축제당 국비 총 6억6000만 원을 지원하고 해외 시연회(가칭 Korea World Fest)도 개최하며 해당 축제들이 세계인이 일생에 꼭 방문해야 할 축제로 자리매김하도록 각인시키는 데 주력한다.

겨울이면 서울관광재단이 주최하는 '서울빛초롱축제'는 세계 4대 겨울 축제를 목표로 매년 규모를 키워 개최 중이다. 현재 세계 3대 겨울 축제로 하얼빈 국제 빙설제(관람객 1800만 명), 삿포로 눈 축제(관람객 200만 명), 퀘벡 원터 카니발(관람객 100만 명)이 꼽힌다.

관광재단에 따르면 앞서, 올 초에 열린 '2023 서울빛초롱축제'와 '2023 광화문광장 마켓'(2023.12.15~1.21)엔 총 312만 명이 다녀갔다.

8일 강원 원주시 따뚜공연장에서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의 대상팀을 결정하는 Best 12 무대가 열렸다. 크리에이티브 마인드팀이 손수건을 이용한 절도 있는 무대를 꾸미고 있다. 2019.9.8/뉴스1 ⓒ News1 권혜민 기자
'천안흥타령춤축제' 3일 차인 지난 7일,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에서 열린 '거리댄스 퍼레이드'에 브라질 무용단이 화려한 춤사위를 뽐내고 있다. (천안시청 제공) ⓒ News1 이시우 기자

◇ 축제도 결국 경쟁 케이팝 커버댄스 문화 확산에 참여형 축제의 대부분이 춤을 주제로 하고 대부분 축제에서 춤 경연 대회를 연다. 케이팝 커버댄스는 아이돌 그룹의 댄스를 그대로 따라 추며 의상이나 표정까지 모방하는 것이다.'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이 춤 축제로 성공하자, 전국 지자체에선 춤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원주 댄싱카니발은 댄스를 주제로 시민이 직접 기획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단계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 시민 주도형 축제이다 원주 댄싱카니발은 이을 축제로 꼽히는 것이 '천안 흥타령춤축제'를 꼽을 수 있다. 한국 특유의 정서인 흥(興)과 춤을 바탕으로 하는 공연 관람형 축제인데 핵심 요인은 방문객에게 여러 '춤' 공연을 선보이고 '흥'을 제고하는 것이다.

다만, 경연형 프로그램 편중으로 인해 축제가 지향하는 '참여형 종합공연예술' 콘셉트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연 심사 방식은 현장에서 관람객의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라 선정한 심사위원단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사실상 공연 프로그램을 관람하는 관람객은 공연을 관람하는 것 외에는 프로그램에 직접적인 참여 동기가 부족하다.

축제 대부분 프로그램은 단체팀 결성을 통해서만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막춤대첩'의 경우 현장 접수를 통해 개인이 춤을 추는 기회가 있으나, 사회자 관여와 제한된 무대에서만 춤을 추는 방식으로 또 하나의 경연 방식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관광객이 직접 춤을 춤으로써 흥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 분위기 형성이 부족하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축제장에 대규모 인원이 모이며 집단적 일체감을 경험하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는 대동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지역 고유의 특성과 매력을 확보한 장소에서 축제를 개최해 방문객에게 축제의 가치와 의미를 전달하는 장소성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열린 빛초롱 축제ⓒ News1 DB

◇ 홍보 기간 고작 2개월? 국내 축제의 아쉬운 점은 사전 홍보 기간을 꼽을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2020년 발행한 '축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자료를 보면 대다수 축제의 사전 홍보 기간은 1~2개월에 불과하다. 콘텐츠 수 또한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양 송이축제, 강진 청자축제와 같은 몇몇 축제는 축제 4주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를 시작하고 있어 사전 온라인 홍보 기간은 짧다.

반면, 세계적인 맥주 축제인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는 약 7개월 전부터 온라인 홍보를 진행하며 축제 개최 알림, D-100 카운트다운, 축제장 공사 현장 및 프로그램 소개, 대표 기념품과 먹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소개하며 관심을 제고한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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