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최저 年1%대 덕보자”…신생아 업고 집 사러 나선 30대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한창호 기자(han.changho@mk.co.kr) 2024. 6. 1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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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들 “집값 오르기 전에 집 사자”
생애최초대출 활용해 ‘영끌’ 행렬
연 70만명 이상 태어난 90년대생들
부동산 시장 청년세대 움직임에 좌우
[매경DB]
“요즘 실거주든 투자든 집 보러 오는 사람은 30대가 대부분이에요. 요즘처럼 젊은 사람들이 집 사러 오는 풍경은 오랜만이네요.”

최근 만난 서울 성북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이 있는 젊은 부부들이 대출 안고 많이 매수하고 있다”면서 “30대 손님의 취향에 맞는 아파트가 잘 팔린다”고 했다.

30대를 주축으로 한 생애최초 매수자 비중이 커지고 있다. 결혼이나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나 자녀를 키우는 젊은 세대가 신생아 특례대출과 생애최초 대출 등 정부 정책을 적극 활용해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다.

생애최초 매수자는 평생 한 번도 집을 산 적 없는 무주택자여서 젊은 층이 주축이다. 4월 수도권 소유권이전 등기 신청을 한 생애최초 매수인의 연령별 비중은 30대가 4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40대는 26%, 50대 13%, 20대 8% 순이었다. 생애최초 매수자 중 절반(51%)은 2030이며, 40대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77%에 달한다.

올해 초 자녀를 출산한 직장인 박 모 씨는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이 폭등하는 걸 경험했기에 이번엔 다시 박탈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 정부가 집 사라고 도와줄 때 움직여야 한다 싶어서 내 집을 마련했다”고 했다.

경매법원에서도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한 50대 경매 참여자는 “경매에선 내가 젊은 축에 속했는데 요즘은 딸뻘 되는 젊은이들이 법원에 많아졌다”고 전했다.

30대들의 경매 참여율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에서 강제경매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수인 현황에 따르면 6월 기준 30대 비중은 불과 1년 전 21%였으나 이달은 33%에 달했다. 이달만 281건 중 93건을 30대가 신청했다. 작년 20%대였던 30대 비중이 올해 30%대로 뛰었다.

10년 차 경매 강사 A씨는 “오피스텔 같은 작은 물건부터 조금씩 키워나가겠다는 청년, 자기 집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마련하겠다는 신혼부부 등 수강생들 동기는 다양하다”며 “실수요와 투자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이 공통된다”고 했다.

신생아 특례대출과 생애최초 대출 등 정부 정책도 젊은 층 매수 수요를 자극했다. 지난 1월 신생아 특례대출 개시 후 서울 및 수도권에 젊은 층 매수가 늘었다는 게 부동산업계 평가다. 경기도 수원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이 있는 집은 웬만하면 신생아 대출을 받으려고 한다. 작년에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매수가 붙었다면, 올해는 신생아 대출로 집 사는 젊은이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가구에 최저 1%대 금리로 최대 9억원 대상 주택까지 대출해주는 제도다. 보금자리론 등 기존 정부 정책 대출과 다르게 연소득 최대 1억3000만원 가구까지 적용돼 정부의 정책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던 가구도 이용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시작한 지난 1월 29일부터 3개월간 주택구입대출 3조9887억원이 신청됐다. 3분기부터 현재 1억3000만원인 신생아 특례대출의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이 2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이어서 30대 매수세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주택 매수 심리가 커지는데 이번에 정부가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면서 젊은 층이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대출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더 많은 수요층이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소득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놓치지 않고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 상환액 소득공제를 18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활용하면 주택담보대출에 들어가는 금융 비용이 대폭 줄어든다. 올해 초 경기 평택에 전용 84㎡를 마련한 박 모 씨는 “정책 대출에 이자 소득공제까지 받으면 실제 1%대에 빌린 효과”라며 “직장 동료들도 대출 안 받는 게 손해라면서 집 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택 가격의 최대 80%(LTV)까지 빌려주는 생애최초 대출을 활용해 ‘영끌’에 나서는 30대도 많다. 생애최초 대출은 말 그대로 처음 집을 구입하는 사람에게만 LTV 상한을 80% 적용해주는 정책이다. 정부가 2022년 8월부터 시행했다. 기존에는 LTV 상한이 60~70%였는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위해 정부가 80%까지 올려줘 빗장을 풀어줬다.

MZ세대는 이 점을 적극 활용해 강남 등 초고가 아파트도 ‘영끌’ 매수한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9억원 이하, 전용 85㎡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그러나 생애최초 대출을 활용하면 9억원 초과 아파트도 매수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12월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제한을 풀어, 생애최초 대출자는 15억원 넘는 강남 아파트도 LTV 80%로 매수할 길이 열렸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강남·서초·송파도 생애최초 매수자 중 최다는 30대였다. 서울 송파 잠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도대체 30대가 돈이 어디서 나서 저렇게 사냐고 하겠지만 부모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고, 전세 안고 대출받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집값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니 전세를 안고 후순위로 대출받아 매수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 20억원 아파트면 최대 16억원까지 LTV 한도가 나온다. 전세 10억원에 후순위 대출 6억을 받아 자기자본 4억으로 매수하는 구조다. 대출업계 관계자는 “전세 끼고 사니 DSR 한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하다”며 “신생아특례대출보다 시중 은행에서 받는 생애최초 대출은 대출 금리가 높다. 집값이 오를 것 같으면 30대들은 금리가 다소 높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한다”고 귀띔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수급 불균형은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요소”라며 “집은 단기간에 빵처럼 찍어낼 수가 없는데 실수요는 치솟는데 공급이 줄어들고 있어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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