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K-축제]관광 최전방인데 바가지요금 '낙인'…살 길은?
방문객 부풀리기에 수용 태세 분석도 엉망
[편집자주] 과자 한봉지 7만원, 바비큐 한접시에 5만원. 비위생적인 환경과 어딜가나 비슷비슷한 축제 콘텐츠. 불과 지난해까지 국내 지역 축제나 전통시장에서 발견된 모습들이다. 과연 올해는 어떨까. 한국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지역축제와 전통시장을 <뉴스1>이 직접 암행취재 했다.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최근 한국 문화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리면서 외국인의 한국 관광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서울과 수도권이지만 최근엔 'n차 관광'을 즐기는 '찐 한국팬'들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이들은 서울 수도권이 아닌 경주, 제주 등 지역 주요 관광지를 찾거나 지역 축제를 즐기기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는 총 1170여 개에 달한다. 웬만한 지방자치단체나 유명 관광지는 1년에 축제 한두 번은 꼭 개최한다는 의미다. 비단 외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해외관광 못지않게 국내 관광을 즐기면서 '지역 축제'를 찾는다.
그러나 매년 불거지는 '바가지요금, 비위생' 논란에 축제 콘텐츠 '베끼기' 논란 등이 반복해 발생하고 있다.
◇ '바가지' 논란…가격 공시 등으로 잡았지만 '외부상인'은 골치 지난해엔 국내 대표 벚꽃 축제들이 연이어 바가지요금에 뭇매를 맞았다.
여의도 벚꽃축제(고기 3점 제육덮밥 1만 원), 진해 군항제(바비큐 한 접시 5만 원), 경주 벚꽃축제(닭강정 한 접시 1만 5000원), 강원 홍천강 축제(순대 한 접시 2만 원) 등으로 '벚꽃축제=바가지요금 축제'라는 오명을 안겼다.
이어 5월엔 남원 '춘향제'(5.25~29)에서 양이 부실한 통돼지 바비큐 한 접시를 4만 원에 팔며 논란이 일었다. 곱창볶음은 2만 5000원, 해물파전은 1만 8000원에 판매되었지만, 양이 매우 부실하다는 방문객들이 불만이 이어졌다.
여기에 6월 초엔 KBS 예능 '1박2일' 방송에서 영양산나물축제가 방영되면서 바가지요금 논란을 이어갔다. 출연진들에게 옛날 과자를 판매하는 상인이 1봉지(1kg)당 7만 원에 판매하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지역 축제는 각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특산물 또는 문화·예술 등 한국 고유의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어 내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을 '관광 최전방'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정부가 외치는 외래객 2000만 명의 강력한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상인들의 지나친 바가지 상술에 오히려 지역 이미지를 먹칠하고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기억만 남기는 경우가 있다.
<뉴스1>이 서울을 비롯해 전국 주요 축제를 직접 둘러본 결과, 대부분의 지역 축제는 각 지자체와 문체부의 관리·감독 아래 바가지 근절 등에 '진심'인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축제에선 '가격 공시제'를 통해 메뉴의 가격을 알아보기 쉽게 공지했다. 음식의 정량도 모두 표기했다. 계산은 카드 결제(혹은 QR코드를 통한 입금)만 가능해 '현금 바가지' 유도를 원천 차단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K푸드 페스티벌'에서 먹거리 트럭을 운영하는 A씨는 "처음 축제에 참여할 때부터 메뉴, 가격, 정량 등을 모두 명기하도록 서약하고, 이후 축제에서 실제 음식을 판매할 때도 일일이 그램 수를 달아 판매하는 등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런 약속을 하지 않으면 아예 축제 상점으로 들어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축제 행사장 내부에 설치된 푸드트럭이나 상점들은 축제 주관 기관이나 지자체, 문체부의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에 이런 관리가 가능했다.
문제는 유명 축제가 열리는 행사장 옆 사유지에는 축제 주관 기관의 공식 인가를 받지 않은 사설 '난장'이 서기도 하는데, 이런 곳에서 현금 유도나 바가지, 터무니없는 용량 제공 등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승엽 한국관광공사 지역관광육성팀 차장은 "축제장 옆 사유지에 자릿세를 내고 천막을 둘러 축제 행사장 내 상점과 비슷한 형태로 음식도 팔고 상품도 판다"면서 "축제 참여 사업자들은 선정 조건으로 투명한 가격 정책 등을 조건으로 걸지만, 축제 행사장 바깥 상인들은 주관 기관이 가격 등을 강제할 근거도, 역량도 없다 보니 주로 이쪽에서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 바가지 논란이 심했던 '남원 춘향제'도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춘향제가 열리는 광한루의 경우 축제 행사장이 번화가 인근으로, 행사장 주변에도 많은 수의 난장이 선다. 축제 행사장과 인접해 있기에 행사장 내부 상점들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 난장은 사유지에 비싼 임대료를 내고 들어서는 개별 상인이기에 행사 내부 점포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럼에도 행사 주최 기관에서 가격이나 위생 등을 단속할 근거가 없다.
1봉지 7만원짜리 전통 과자로 논란이 됐던 영양 산나물축제도 같은 문제였다. 다만 작년 논란이 발생했을 당시 지자체에서 '외부 상인의 문제'라고 해명한 것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최 측과 상인회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고 먹거리 정보와 가격을 공시하도록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축제를 즐기는 소비자들도 이런 점을 고려해 가격이 공시된 행사장 내부 상점을 이용하는 것이 불쾌한 바가지 경험을 피하는 방법이다.
◇ "올드하다"…젊은 세대 없는 축제
지역 축제는 참관객이 중장년층 위주이고 젊은 층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2019년 한국관광공사가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문화관광축제 모두 50~60대 중장년층 비중이 높으며 특히 남성 중장년층의 방문이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10~30대 젊은 층의 비중이 가장 낮은 하위 두 개의 축제는 '하동 야생차문화축제'와 '금산 인삼축제'로, 두 축제의 1030 세대 참관 비중은 각각 19.5%, 19.1%이었다. 50~60대 비중은 각각 60%, 63.3%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축제 주제와 비관련 프로그램의 높은 비중 △온라인 사전 홍보 부족 △축제 기념품 다양성 및 차별화 부재 △공연형 위주의 행사 등을 젊은 층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정란수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겸 프로젝트 수 대표는 "축제가 지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외지인을 위한 것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며 "만약 외지인을 유치하기 위한 축제라면 과도한 초청 가수 공연이나, 의전 등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통 시장이 달라지려면 예산 시장이나, 광주 송정역 시장처럼 기업과 협업하거나 젊은 상인들이 들어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인프라 개선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세대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콘텐츠 없는 축제, 지자체는 '방문객 부풀리기'도
지자체마다 개최하는 축제의 방문객 수를 부풀리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허수에 불과한 숫자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축제 자체는 물론, 국내 관광시장 발전을 위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각 지자체와 관광 분야에 특화한 융합분석 서비스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통계를 비교해 보면 무려 2배 넘게 차이가 난다. 방문객 수의 경우 KT와 SKT 등 이동통신 데이터를 수집해서 산출하고 있어서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창원시에 따르면 지난해 4년 만에 개최한 '2023년 진해군항제'(3.25~4.5)에 약 45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며 역대급 흥행 성적을 거뒀다. 이중 대만 관광객 수가 20만 명을 기록했다며 당시, 방한 시장이 정상화에 돌입했다고 알렸다.
그러나 한국관광 데이터랩이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진해 군항제 기간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전체 방문객(외지인+외국인+현지인) 수는 163만 명에 불과했다. 이는 창원시가 발표한 축제 방문객 수 450만 명과 2.7배 차이가 난다. 휴대전화가 없는 어린이와 노인 등이 있어 통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해도 너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부풀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방문객 수 130만 명으로 흥행한 '화천 산천어 축제'도 한국관광 데이터랩에서 분석한 방문객 숫자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축제 기간(1.7~29) 강원도 화천군 총방문객 수는 79만 6827명에 불과했다.
같은 해 열린 보령머드축제(7.21~8.6)는 17일 동안 총방문객 수는 164만 1876명, 이중 외국인은 8만 452명, 유료 입장객은 3만 5117명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데이터랩에 분석한 자료에선 총방문객 수 84만 1990명이며 이중 외국인 1660명(0.2%), 외지인 61만 4824명(73.02%), 현지인 22만 5506명(26.78%)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통계 오류는 각 지자체 집계 방법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곳곳에 설치한 CCTV에서 사람을 집계한 후 축제 시간에 맞춰 곱한다"며 "또는 단위 면적당(가로 30m×세로 20m) 인원을 세고 여기에 시간이나 장소 넓이를 곱하는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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