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중품아' 실패한 둔촌주공이 시끄러운 이유

김진수 2024. 6. 1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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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재건축 내 중학교→공공 공지
조합 "기부채납 약속한 학교용지 유지해야"
교육부 "학령인구 적어 인근에 분산 배치"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내 중학교 설립이 사실상 무산됐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신설이 부적정하다는 교육부 판단에 따라 서울시가 학교용지를 '공공 공지'로 전환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조합은 강하게 반발했고 강동구도 서울시에 계획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조합 "중학생 3000명 예상…분산 배치 안돼"

둔촌주공은 2006년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 이후 2014년 강동송파교육지원청과 학교용지 기부채납 협약을 체결해 중학교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2020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중학교 설립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인근 학교에 분산배치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이유다. 서울시는 지난해 '학교시설 결정 방안 개선안' 시행을 발표했으며 학교용지를 공공 공지로 전환하는 정비계획 변경을 검토 중이다.

조합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는 즉각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학교 용지의 공공 공지 변경 계획을 철회하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공공 공지(公共 空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하는 기반시설 가운데 공간시설의 일종. 주요 시설물이나 환경의 보호, 경관의 유지, 재해 대책, 보행자의 통행과 주민의 일시적 휴식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

조합은 "둔촌 1만2000여가구의 중학생 숫자는 현재 추산 1096명가량이고 일부 예비 입주자들은 3000명까지도 추산하고 있다"며 "인근 학교에 분산 배치하기엔 학생 수가 너무 많아 도시형 캠퍼스(한산중 분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용지 확보 특례법에 따라 학교용지를 강동송파교육청에 기부채납하기로 합의했다"며 "만약 학교용지 확보가 안 되면 일반분양 대금 중 학교용지 부담금 377억원을 부과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강동구도 힘을 보탰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5일 입장문을 통해 "실거주의무가 3년 유예되면서 전세 물량이 급증하고 있어 입주완료 시점인 내년 3월이 돼야 구체적인 학령인구를 가늠할 수 있다"며 "입주까지 6개월 남은 시점에 서울시가 학교용지를 공공 공지로 변경할 경우 학교 설립 수요가 있음에도 불가능하게 될까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그렇게 되면 열악한 학습환경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안게 될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은 서울시교육청뿐만 아니라 서울시에도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입주가 완료되고 주변 학교로 분산 배치 후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될 때까지 학교용지의 공공 공지 전환 추진 재검토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학생수 반토막 나는데…"모두를 위한 공공기여"

교육부가 중학교 신설을 불허한 배경은 학령인구 감소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234만명이던 서울의 학령인구는 2040년 118만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동북중(직선거리 421m), 한산중(512m), 둔촌중(885m) 등 인근 중학교로 분산 배치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동북중과 한산중은 단지 경계에 연접해 있기도 하다.

서울과 수도권의 학령인구 변화 /자료=서울연구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지난해 8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중앙투자심사위원회가 중학교 신설이 어렵다는 심의를 내렸다"며 "인근 중학교로 분산 배치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판정에 따라 공공 공지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학교 신설 문제는 강동구와 교육청이 논의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조합의 중학교 유지 의도가 다른 데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근 빌라촌이나 다른 아파트 단지 등과 섞이지 않는 중학교를 내부에 두려는 속내가 있다는 것이다. 향후 이 단지의 가격 형성에도 '중품아'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변경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학교용지가 다른 용도로 전환되는 사례는 종종 있다. 내후년 입주를 앞둔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방배5구역 재건축)'는 초등학교 대신 체육, 사회복지시설을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잠실주공5단지도 중학교 용지를 공공 공지로 전환했다.

전체 가구, 나아가 지역 주민들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공공기여가 낫다는 의견도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학교용지가 있으면 일조권 제한도 생기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한다"며 "학부모가 아닌 일반 가구는 굳이 학교를 만들기보다는 도서관, 데이케어센터 등 공공시설이 낫다고 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주변에 충분히 분산 배치할 수 있는데 기준을 어기고 그 단지만을 위한 중학교를 만드는 건 문제가 있다"며 "일부 가구만 누릴 수 있는 중학교 대신에 공공시설을 설립해 지역 주민들의 활용도를 높이는 게 바람직한 공공기여"라고 지적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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