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 협상 거부한 與…민주당, 법사위 등 11개 상임위 장악 밀어붙이나

한정수 기자, 김도현 기자 2024. 6. 10.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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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사이 상임위원회를 배분하는 원 구성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양 측이 전혀 양보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어 당분간 국회가 파행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10일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단독 처리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와 운영위를 양보하지 않으면 협상 자체에 응할 수 없고 본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전날 민주당과 만나 협상을 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결같이 요구해온 것들이 있다. 법사위와 운영위는 국회법 정신을 존중해 제2당과 여당 몫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고수하고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한 협의 없이 만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민주당이 (단독 선출을) 강행하더라도 우리의 원칙을 고수할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이날 본회의를 '보이콧'하는 안에 대해서는 "저희가 (본회의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장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을 원내 1당인 민주당이 맡은 만큼 모든 법안을 관장하는 법사위는 2당인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운영위 역시 관례에 따라 집권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역시 지난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법사위와 운영위를 국민의힘에 내줬다가 국회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가져오겠다는 태세다. 특히 지난주 우원식 의장 선출 직후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추 원내대표의 불참으로 무산됐다는 점을 들며 여당이 협상 의지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까지 자당 의원들의 상임위 배분을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 대신 당 정책위원회 산하 15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 위원회들을 중심으로 민생현안을 챙긴다는 구상이다. 이주 중 위원 구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자리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사진=뉴시스

이날 오후에는 의원총회를 열고 원 구성 협상 등과 관련한 당 내부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원내 일각에서 법사위와 운영위 중 하나는 포기하고 민주당과 다시 협상 테이블을 차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원내 지도부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장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한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여야 합의없이 야당 단독으로 등원하고 원 구성을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폭거이며 우리 국민은 이를 똑똑히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법사위, 운영위를 빼앗아 자기 몫으로 하는 11개의 상임위안을 제출하면서 나머지 상임위와 관련해서는 우리 당을 배려하는 척한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주말 사이 만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 만나야 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나. 법사위, 운영위가 여야 어느 몫도 아닌 중립지대가 아니라 누누이 말한 대로 제2당, 여당인 국민의힘의 몫인데 그것을 강탈해놓고 다시 협상 운운하며 나머지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무위 줄게, 법사위 다오"...與 거부에 野 11개 상임위 장악 강행하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 구성 등 22대 국회 개원 관련 협상을 위한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22대 국회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핵심 상임위원회 중 한 곳인 정무위원회를 양보하면서까지 법제사법위원회를 사수하겠단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 '11(민주당) 대 7(국민의힘) 배분'을 주장해 온 민주당은 지난 7일 국회 의사과에 11개 상임위에 대한 위원장 후보자를 추천했다. 민주당이 확보 우선순위 1순위로 밝힌 법사위를 비롯해 2·3순위 운영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이 포함됐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최근까지 위원장을 지낸 정무위는 빠졌다.

이날 민주당이 위원장을 추천한 11개 상임위는 △법사위(정청래) △운영위(박찬대) △과방위(최민희) △교육위원회(김영호) △행정안전위원회(신정훈) △문화체육관광위원회(전재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어기구) △보건복지위원회(박주민) △환경노동위원회(안호영) △국토교통위원회(맹성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박정) 등이다.

정무위는 국무조정실·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등을 담당한다. 국무총리 비서실 및 산하 위원회가 대거 포함된다. 행정부의 국정 운영 뿐 아니라 재계·금융권 전반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임위 중 한 곳이다.

민주당이 후보 명단을 제출한 11개 상임위 가운데 정무위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법사위·운영위에 대한 강력한 사수 의지로 읽힌다. 관례만 따지면 국민의힘이 맡았어야 할 법사위·운영위를 차지하는 대신 정무위를 국민의힘에 내주겠다는 제안인 셈이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사실상의 상원 역할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이 때문에 그동안엔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배출하는 대신 2당이 법사위 위원장직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운영위의 경우 대통령실을 맡고 있어 여당이 위원장직을 맡는 게 관례처럼 이어져 왔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노종면 원내대변인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과에 제22대 전반기 국회 상임위 및 특별위원회 위원 명단을 제출하고 있다. 2024.6.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앞서 민주당은 1차 전반기 상임위 배정을 진행하면서 정무위에 다소 힘을 뺀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정무위에 총 11명을 배치했는데 이 중 10명을 초·재선으로 꾸렸다. 5명의 재선의원(강준현·민병덕·박상혁·이정문·천준호) 가운데 정무위를 경험한 의원은 민병덕·이정문 의원 단둘 뿐이다. 초선의원(김남근·김용만·김현정·이강일·한민수)들도 정무위와 관련된 전문성과 거리가 멀단 평가를 받는다. 5선인 이인영 의원도 정무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이 법사위를 차지하는 대신 정무위를 양보하겠다는 제안에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이 우리 당과의 합의 없이 11개 상임위 구성안을 단독으로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횡포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민주당의 일방적인 상임위 안을 전면 거부한다"며 "민주당이 법사위·운영위를 자기 몫으로 하는 11개 상임위를 제출하면서 우리 당을 배려하는 척한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협상안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이날 본회의에서 원 구성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민주당 주도의 원 구성을 지지하고 있고 민주당 출신의 우원식 국회의장도 원 구성과 관련해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 18개 상임위를 민주당이 독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실적으로 원 구성과 관련해 민주당을 제어할 수 없는 국민의힘은 원 구성이 강행될 경우 본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국회가 파행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의사과에 11개 상임위원장 후보를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이) 회동을 계속 거부한다면 10일 국회법에 따라 18개 상임위 전체를 처리해주길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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