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7시 ‘9·19 효력 정지’ 등 방송…북, 2015년엔 사격 대응
전문가들 “북, 더 강하게 나올 것” “대화 채널 복원 시급”
정부의 9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힘에 의한 평화 유지’라는 대북 기조에 따라 예견된 일이었다. 북한이 지난해 말 남한을 ‘교전 중인 국가’로 선언한 만큼 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고강도 대응을 할 거란 분석이 많다.
강 대 강 대결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거란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누그러뜨릴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여 만에 재개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2016년 북한 4차 핵실험으로 재개됐다가,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직전 중단된 바 있다.
군은 이날 보관 창고에서 고정용 확성기를 꺼내 설치한 뒤 방송을 내보냈다. 이동용 확성기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최전방 일반전초(GOP)에 고정용 확성기 24대와 이동용 확성기 16대를 보유하고 있다. 가청범위는 10~15㎞이지만, 날씨와 주변 지형에 따라 최대 30㎞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확성기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며 “오물 풍선 살포 등 비열한 방식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국군심리전단이 제작해 송출하는 라디오 채널 ‘자유의 소리’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날 오후 5~7시 고정식 확성기를 통해 북한에 전달된 방송에는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했다는 내용과 지난 1분기 삼성전자 휴대전화 생산량이 세계 1위를 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서울 말과 평양 말의 차이’를 해설해주는 방송 중간중간에는 가수 ‘볼빨간 사춘기’의 노래도 흘러나왔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무능한 지도자’로 표현하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긴장 고조 국면에서 관건은 확성기 방송에 대한 북한의 재대응 수위다. ‘대북전단 → 대남 오물 풍선 →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라는 충돌 국면의 다음 단계가 ‘우발적 군사 충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일 9·19 남북군사합의의 전면 효력 정지를 결정하면서 군사 충돌을 방지하는 안전판은 사라진 상태다. 합참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한 이날 밤 “북한이 또다시 오물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부양하고 있다”며 “경기 북부 지역에서 동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강도 높은 대응을 내놓을 것이라고 봤다. 크게는 북방한계선(NLL) 일대 서북도서 등에서 포격을 하거나 무인 항공기(드론)를 이용한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효과가 낮은 대남 방송 재개라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자주권을 행사한다는 차원에서 강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대응은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군은 휴일인 이날 정상근무로 전환하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했다.
2015년에도 남북은 대북 방송을 계기로 충돌 직전까지 갔다. 그해 8월 정부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11곳에서 대북 방송을 재개했다. 이에 북한은 서부전선에서 군사분계선(MDL) 남쪽을 향해 고사포탄 등을 쐈고, 이에 군이 수십발의 155㎜ 포탄으로 대응사격을 한 바 있다. 이후 북한 제안에 따라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면서 대북방송이 중단됐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충돌을 제어할 합의들이 남북 모두에서 파기된 상황이어서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발적 군사 충돌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남북 대화 채널부터 되살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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