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시나리오도 가능"…최측근 앞세운 최태원의 '리밸런싱'

최경민 기자 2024. 6. 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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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위주의 사업 재편과 관련해 그 어떤 시나리오도 가능해졌다."

지난 7일 SK그룹이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SK이노베이션 신임 수석부회장으로, 유정준 SK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을 SK온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발표한 이후 나오는 반응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사업 조정과 관련해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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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남자들/그래픽=임종철

"배터리 위주의 사업 재편과 관련해 그 어떤 시나리오도 가능해졌다."

지난 7일 SK그룹이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SK이노베이션 신임 수석부회장으로, 유정준 SK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을 SK온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발표한 이후 나오는 반응이다. 그룹 차원의 'SK온 살리기'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인사 내용이란 해석에 가깝다.

우선 리밸런싱 추진 라인이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들로 채워진 게 눈에 띈다. 리밸런싱의 핵심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온이 위치한다. 캐즘(chasm, 일시적 수요정체)과 적자 속에서도 수 조원 대 배터리 투자자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리밸런싱의 틀을 잡는 작업에는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나선 상황이다. 이번 인사로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최 회장의 신임을 받는 최측근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유정준 SK온 부회장이 그 뒤를 서포트하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 입장에서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SK온의 정상화"라며 "가장 믿을 수 있는 인물들에게 현 시점 SK그룹 내 가장 중요한 직책들을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사업 조정과 관련해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제는 리밸런싱의 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 E&S의 수석부회장 직도 겸임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배터리·소재 등의 사업을 하는 핵심 계열사다. SK E&S는 LNG(액화천연가스) 및 수소 등 청정 에너지 사업에 힘을 줘온 알짜 계열사다. 사실상 최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그린·에너지 부문을 총괄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만큼 '광폭'의 사업 조정도 얼마든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SK온 헝가리 이반차 공장의 모습 /사진=최경민

예컨대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사업 영역을 포괄하는 사업 조정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양사는 화석 에너지, 배터리 및 전기차 충전, 수소 등 그린 에너지 밸류체인에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수소, 폐배터리 등의 사업을 하는 여타 계열사들 역시 충분히 그린·에너지 부문의 사업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업계는 본다.

SK 관계자는 최 수석부회장의 역할론과 관련해 "그룹 내 미래 에너지 사업의 통합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에너지 및 그린 사업 전반에 대한 대응과 글로벌 전략 실행을 위한 활동을 하게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말 예정된 확대경영회의에서는 그룹 내 포트폴리오 조정의 구체적인 안보다는 방향성에 대해 논의가 오갈 전망이다. 실질적인 결정은 각사 이사회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게 SK그룹의 일관된 입장이다. 특히 SK그룹은 최근 인사와 사업재편 등에 대해서 설익은 시나리오가 유출돼 시장에 혼란을 주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에도 인사 및 사업 개편과 관련한 '원포인트' 발표가 이뤄질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달에도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을 SK에코플랜트 사장에 임명하는 '깜짝 인사'를 했던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상반기 동안 리밸런싱 방향성을 검토해온만큼, 하반기부터는 구체적 결정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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