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고’… 인천 송도에 또 초고층 타워
6·8공구 답보사업 답습 우려도... 경제청 “면밀히 검토 후 구체화”
인천 송도국제도시 11공구에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을 짓는 방안이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송도 6·8공구의 초고층 빌딩 건설도 18년째 답보 상황이어서 이 초고층 빌딩 건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은 연수구 송도동 541 일대 17만2천㎡(5만2천평)에 높이 570m 이상, 131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 ‘랜드마크 타워’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천경제청은 워터프런트 1-3단계와 연계해 국내 최고 높이 빌딩을 지어 송도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내부에는 대기업 본사와 국제금융타운, 호텔, 쇼핑 등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천경제청은 이 같은 초고층 빌딩에 대한 사업 타당성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송도 11공구 첨단산업클러스터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 수립 용역에 담을지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송도 11공구 초고층 빌딩 계획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초고층 빌딩의 건설비가 매우 비싸 사업성이 낮은데다, 이 같은 마천루(摩天樓)가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18년째 답보 상태인 초고층 빌딩 등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6·8공구 개발 사업에 높이 420m, 103층 이상 규모의 빌딩을 짓기로 사업시행자와 기본협약을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협의만 반복할 뿐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6·8공구 일대의 고도제한 탓에 공군의 고층타워 탐지기 레이더와 인천국제공항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방부 및 서울항공청 등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이 협의가 늦어지면서 인천경제청은 상반기 중 추진하기로 한 6·8공구 개발사업 타워의 국제 디자인 공모도 미뤄지고 있다.
또 송도 11공구는 첨단산업클러스터의 글로벌 바이오 융합도시인 만큼, 이 같은 초고층 건물 등 개발 취지가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기에 자칫 초고층 건물을 놓고 주민 간 찬반의견으로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6·8공구 개발 사업을 놓고도 주민들 사이에서 151층, 130층 이상 등 층수에 따른 주민들간 의견이 엇갈리며 내홍을 겪기도 했다.
김대중 인천시의원(국민의힘·미추홀2)은 “인천경제청의 이 같은 초고층 빌딩 계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6·8공구도 아직 삽도 못 뜨는 상황을 인천경제청이 뻔히 알면서도 왜 11공구까지 마천루를 추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 교수는 “초고층 빌딩은 막대한 사업비는 물론이고, 진정한 랜드마크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기에 단기간 결정할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과 접근성과 공공성, 기후위기 등에 대한 검토를 다양하게 하는 것은 물론 초고층 빌딩의 입주 기관 등 수요까지 고려해 개발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당장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131층 이상 등 구체적인 내용도 아직 확정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타당성 용역 등을 급히 발주하기 보다는 경제성이나 합리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사업을 구체화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초고층 빌딩인 만큼, 사전에 입주 기업 등 투자 유치에 대한 가능성 등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일 기자 assq12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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