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게임사 중 7곳 폭격한 공정위… “게임 커뮤니티까지 열공 중”

세종=박소정 기자 2024. 6.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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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확률·슈퍼계정’ 논란 게임사 조사 중
작년 매출액 기준 상위 10곳 중 대부분 해당
카카오게임즈·더블유게임즈·네오위즈 ‘제외’
중대위반 시 영업정지… “‘인벤’ 등 직접 확인”

상위 10곳 게임사 중 카카오게임즈·더블유게임즈·네오위즈를 제외한 모든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를 받았거나 조사받는 중으로 확인됐다. 확률형 아이템 고지 문제와 ‘슈퍼 계정’ 의혹에 게임업계가 공정위의 집중포화 대상이 되고 있다.

10일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2023년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게임사 중 넥슨·넷마블 등 2곳에 대해 공정위가 기조치했고, 크래프톤·엔씨소프트·컴투스·그라비티·위메이드 등 5곳에 대해선 최근 현장조사를 진행한 이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문제 되지 않은 곳은 카카오게임즈·더블유게임즈·네오위즈 3곳뿐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게임 화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유튜브 '렌' 캡처

이들 대부분은 확률형 아이템 고지가 문제시됐다. 정부가 지난 3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으로 아이템 당첨 확률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하면서다. 그런데 이 고지 내용이 실제와 다른 거짓이었다는 점이 파악되면, 이는 또 공정위의 전자상거래법 법망에 걸리게 된다. 공정위의 현 조사 현황은 지금껏 이런 문제가 상위 주요 게임사들에서 모두 포착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그라비티 게임 ‘라그나로크’에서는 기존 공시와 확률이 다른 아이템이 100개가 넘었고, 웹젠의 ‘뮤아크엔젤’에서는 0.25% 확률로 나타난다고 표시한 아이템이 실제로는 149회까진 획득 확률이 0%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메이드의 ‘나이트크로우’도 전설 등급 원소 획득 확률을 0.198%에서 0.01%로, 영웅 등급(1→0.32%)과 희귀 등급 원소 획득 확률(7→3.97%)을 각각 정정했다.

그래픽=손민균

116억원 과징금 철퇴를 맞았던 넥슨의 공정위 상대 취소소송은 이런 유형 사건의 선례이기에 내부에서도 주목 중인 분위기다. 현재 서울고등법원 제6-3행정부에 배당돼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행위를 ‘전자상거래법 위반’(중요 정보 누락으로 인한 소비자 기만)으로 제재한 첫 사례인 만큼, 유사한 후속 사건에도 세부적인 법리 등이 달리 적용될 여지는 없는지 참고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넥슨 측은 “법 제재 당시에는 (게임산업법 개정 전으로) 확률 공개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작위의무(어떤 행위를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며 “부주의로 정보 누락을 한 ‘부작위’(어떤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위법)로 과징금을 매긴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확률을 속인 것은 문제겠지만, 알리지 않은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다.

김정기 공정거래위원회 당시 시장감시국장이 지난 1월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넥슨코리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또 다른 한편에선 게임 ‘슈퍼 계정’ 의혹을 밝혀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슈퍼 계정은 일반 유저들이 도저히 획득할 수 없는 캐릭터를 회사 차원에서 생성해 게임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유저 1000명은 공정위 서울사무소 측에 이런 내용의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확률형 아이템 거짓 고지 문제를 들여다보던 공정위 중점조사팀이 이 문제도 함께 파악하고 나섰다.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된 ‘사사키’·'사다코’ 등 슈퍼 계정 의심 아이디가 실제 회사가 운영한 것이 맞는지 등을 공정위가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통한 소비자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추산도 잇따라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정위 조사 기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는 법 위반 행위가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게임사는 물론 게임을 하는 유저들까지 피해를 보는 사안인 만큼,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박세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지난 1일 서울 중앙대에서 열린 한국게임학회 춘계 학술발표대회 기조강연에서 “공정위가 게임 산업에 관여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관심을 많이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인벤’ 등 게임 전문 커뮤니티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등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게임업계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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