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참패 충격에… 프랑스 마크롱 "의회 해산"

신은별 2024. 6. 10.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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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의회 해산을 전격 발표했다.

이날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자신이 소속된 중도 성향의 르네상스당을 상대로 대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마크롱 대통령 영상 연설 한 시간 전 유럽의회가 발표한 1차 국가별 선거 예측 결과에 따르면, RN은 약 31.5%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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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에서 佛국민연합 약진 예상
다른 국가서도 극우 득표율 '껑충'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의회 해산을 전격 발표했다. 이날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자신이 소속된 중도 성향의 르네상스당을 상대로 대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프랑스 의회는 지난 2022년 6월 총선을 치른 지 2년 만에 다시 구성하게 됐다. 조기 총선은 오는 30일 치러질 예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 영상 연설을 통해 프랑스 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발표는 이날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서 자신이 소속된 중도 성향 르네상스당이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에 대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직후 이뤄졌다. AFP 연합뉴스

선거 참패 마크롱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유럽 전문 언론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오후 9시 영상 연설을 통해 "프랑스 헌법 제12조에 따라 국민 여러분에게 의회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돌려주기로 결정했다""나는 오늘 저녁 국회를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에서 의회 해산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정부 및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하고자 할 때, 정부·의회 간 갈등으로 정책 추진이 불가할 때 등 특정 상황에서 행사돼 왔다.

의회 해산 결정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르네상스당이 RN에 참패했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 영상 연설 한 시간 전 유럽의회가 발표한 1차 국가별 선거 예측 결과에 따르면, RN은 약 31.5%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르네상스당의 예상 득표율인 15.2%보다 두 배가량 높다. 출구조사 결과가 실제 득표율로 이어진다면, RN은 유럽의회 선거 역사상 프랑스 단일 정당으로서는 처음으로 30%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대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유럽의 진보에 반대해온 극우 정당들이 대륙 전역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국수주의자와 선동가의 부상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의 입지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의회 내에서 RN은 극우 성향 정치그룹(교섭단체)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에, 르네상스당은 중도 성향 정치그룹인 자유당그룹(Renew Europe)에 속해 있다.

9일 몰도바 키시나우에서 열린 유럽의회 선거에서 한 여성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키시나우=EPA 연합뉴스

극우 국민연합 "조기 총선 환영"... 30일 선거

RN은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해산을 환영했다. RN의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권력을 행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조기 총선에서도 RN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30일 1차 투표, 다음 달 7일 2차 투표를 확정하는 법령에 곧 서명할 예정이다. 조기 총선에서는 임기 5년의 하원 의원 577명을 선출하게 된다. 첫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위 후보와 등록 유권자의 12.5%가 넘는 표를 확보한 2~4위가 2차 투표에서 다시 맞붙는다.


극우, 유럽 전반 약진... EU '우향우' 예상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다수 국가에서 극우 정당은 압승 또는 확연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각국 출구조사 및 선거 전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예상한 바에 따르면 강경우파 성향 정치그룹인 유럽보수와개혁(ECR)은 유럽의회 전체 720석 중 70석을, 극우 정치그룹 ID는 60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 의회와 비교하면 ECR과 ID 의석 총합이 12석 늘어나는 것이다. 기존 정치그룹에 속해 있지 않은 독일대안당(AfD)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피데스당도 각각 16석, 9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1당 격인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은 186석을 확보하며 유럽의회 내 제1당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EPP는 '승리'라고 자축했지만, 체면치레를 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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