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쟁탈전"···與 ‘패키지 3법’ 내놓고 野는 ‘예산 5% 이상’
野 황정아, 尹 비판하며 'R&D 재구축 3법' 발의
與 최수진 "정치적 법 아닌 현장 니즈 해결해야"
여야 과학계 대표 모두 과기부 권한 확대엔 찬성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둘러싸고 여야 간 주도권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R&D 공방의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6월 ‘R&D 카르텔’ 지적이었다. 이후 올해 R&D 예산이 대폭 삭감됐고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결국 올 3월 윤 대통령은 내년도 R&D 투자 대폭 확대 방침을 밝히며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R&D 법안 발의로 먼저 치고 나온 건 민주당이다. 지난달 30일 우주과학자 출신의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국가 예산의 5% 이상을 R&D에 편성하는 내용 등이 담긴 ‘R&D 시스템 재구축 3법’을 발의했다. R&D 예산에 대한 국회의 견제권을 강화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임하는 ‘과학기술 부총리’ 신설도 포함됐다. 황 의원은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은 윤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를 완전히 새롭게 전환하라는 심판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여당에서는 민주당의 법안을 두고 "윤 정부의 정책 실패를 부각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 위헌적 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예산에 정통한 관계자는 ‘예산 5% 이상을 R&D에 투입’에 대해 “특정 분야만 국가 예산의 일정 % 이상을 쓴다고 지정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무시하는 것이자 실현 불가능한 법안”이라고 했다. 헌법에서는 예산 편성권을 정부에 부여하고 있는데 국회가 입법으로 강제하는 건 헌법 위반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예산안을 짤 때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최소한의 마지노선이 필요하다”며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바이오 기업 대표 출신인 최수진 의원이 이르면 10일 ‘R&D 패키지 3법’을 발의한다. 정부가 R&D 예산 집행 때 경제성을 평가하는 예타를 면제하는 국가재정법·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과 융자형 R&D 지원을 위한 ‘중소기업 기술 혁신 촉진법’ 개정안, 그리고 기초연구 기관·학교에 일정 수준의 신뢰 자금을 보장해주는 ‘국가 연구개발 혁신법’ 개정안 등이다.
과학기술계는 일부 주요 R&D 사업의 예타 통과에 길게는 수년이 걸리면서 신속한 연구와 기술 발전이 어렵다고 호소해왔다. 예타 통과를 비용 대비 편익을 따지는 경제성(BC)으로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과학기술계에 맞지 않는 평가 기준”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도 지난해 11월 R&D 관련 브리핑에서 “도전성이 강하면 예타 과정에서 평가성(BC)분석 같은 데서 점수를 못 받을 수밖에 없다”며 “예타에서 탈락하는 그런 경우가 많았고, 그러면 도전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국면으로 가게 된다”며 예타 면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타 폐지로 인한 재정 낭비 우려에 대해 최 의원은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에는 과기정통부 장관의 기술성 평가와 같은 보완 절차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의 권한은 줄어들고 과기정통부 장관의 권한은 확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황 의원도 과기정통부 장관의 과기부총리제 승격 법안을 발의했듯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두 여야 의원 모두 과기정통부 기능 강화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융자형 R&D 법안은 R&D 초기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간 정부 지원 R&D 사업이 개발 이후 사업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걸 개선하는 한편 R&D 예산 증액에 한계가 있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개발 리스크가 높은 초기 단계에 정부가 기술개발자금을 제공하고 1% 이내 초저리 대출을 지원키로 했다. 이미 프랑스·영국·네덜란드 등이 융자 기반 R&D 사업을 통한 저금리로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R&D 패키지 3법’을 내놓으며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R&D 예타를 폐지하고 투자 규모도 대폭 확충" 지시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그러나 R&D 예타 면제 등이 담긴 여당의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거대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도림 기자 dorim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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