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트지오 체납·선정과정···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

세종=유현욱 기자 2024. 6. 1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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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세금미납 자격논란 불붙여
'18억원 자문료' 적정여부 도마에
[서울경제]

동해 심해에서 7개의 유망구조를 도출한 미국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90분간의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정면돌파에 나섰지만 ‘신뢰성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액트지오가 4년간 주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아 재판권과 같은 일부 행위 능력이 제한됐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야당의 중요 자료제출 요구를 일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8일 오후 “액트지오가 2019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법인 영업세 체납으로 법인의 행위 능력이 일부 제한된 바 있으나 텍사스 주법에 따라 법인격은 유지되고 있었고 계약체결 또한 가능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세금 미납으로 인해 재판권이 제약을 받고 법인 채무가 주주에게 이전되는 것과 같은 영향은 있지만 법인격 유지에는 문제가 없던 상태였다”며 “텍사스주 판례에 따르면 세금 미납으로 인한 법인 능력 제한은 법인의 계약 능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사인이 7일 밤 “액트지오가 해당 기간 ‘법인 자격 박탈’ 상태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석유공사가 액트지오에 분석을 맡긴 2023년 2월 액트지오는 법인 등록이 말소된 상태였다는 의미”라고 보도하자,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즉각 반박에 나선 것이었다.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의 미납세액이 소액인 1650달러(200만 원)이며 착오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유공사의 말마따나 고의적인 탈루가 아닌 일종의 해프닝에 가까웠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한 음모론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법인 자격도 없는 개인 주택에 본사를 둔 기업에 (분석을) 맡기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 가능한 국정운영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아브레우 고문의 기자회견에서도 최대 140억 배럴이나 된다는 매장량을 산출해 낸 근거 데이터, 분석 방식 그 무엇 하나 공개되지 않았다”며 “마치 가짜약을 파는 약장수 같다는 의구심만 더 강해졌다”고 비판했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도 “4년간 세금도 못 낸 회사를 뭘 믿고 국민 혈세 수천억 원, 수조를 투입하려 하냐”며 “국정조사를 해야 할 판”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석유공사가 준 돈으로 체납을 해결하고 자격이 살아난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석유공사의 ‘동해 울릉분지 종합기술평가 수행 계획안’을 보면 심해 전문기관 평가 및 전문가 자문단에 책정된 예산은 160만 달러(22억 원)였다. 실제 집행액은 129만 달러(18억 원)였다. 이는 ‘액트지오의 유망성 평가, 국내외 전문가 검증에 소요된 전체 금액을 합산한 액수’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세부 계약 조건을 더 따져봐야겠지만 12테라바이트(TB)의 자료양과 10개월간 분석 기간, 최소 두 차례의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수행했음을 감안할 때 말이 안 되는 규모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액트지오 선정과정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석유공사가 입맛에 맞는 영세업체를 사전 낙점한 게 아니겠느냐고 일부 네티즌은 의심을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곽원준 석유공사 수석전문위원은 “(액트지오를 포함한) 4개의 기관에 대한 지명경쟁입찰을 시행, 기술과 가격평가 결과에 따라 액트지오사를 공정하게 선정했다”고 소명했었다. 국가계약법상 특수한 설비·기술·자재·물품 또는 실적이 있는 자가 아니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한 경우 참가자를 지명(指名)해 경쟁에 부칠 수 있다. 가이아나 유전 발굴과 같은 뛰어난 트렉레코드가 있는 업체를 선별하기 위한 ‘절충안’이었다는 얘기다.

한편 아브레우 고문은 8일 공개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저류암, 근원암, 덮개암, 트랩 등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네 가지 조건의 확률을 모두 곱했을 때 나오는 게 시추 성공률”이라며 “영일만의 20% 확률이 나오기 위해선 네 가지 조건이 있을 확률이 모두 70% 수준이란 뜻”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못다한 설명을 이어갔다. 매장량 추정치에 대해선 “140억 배럴은 암석 내 자원이 가득 찼을 때를, 35억 배럴은 석유가 제대로 가둬지지 않았을 때를 추정한 수치”라며 “‘가이아나 프로젝트’ 때도 매장량을 평가할 때 90% 확률로 분석 시 10억 배럴, 10% 확률로 계산하면 40억~50억 배럴로 추산했다”고 부연했다.

세종=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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