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SNS중독으로 교육비용 증가, 배상해야" 주장... 미국서 기각

[파리=AP/뉴시스]프랑스 파리에서 2023년 6월14일 열린 비바텍 쇼에서 메타 로고가 보이고 있다. 거대 기술기업들의 디지털 시장 공략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전면적 디지털시장법(DMA)이 이달 초 발효됨에 따라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이 25일 애플, 구글, 메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2024.03.25. /사진=유세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스냅, 틱톡, 구글 등의 SNS(소셜미디어)가 학생들을 산만하게 만들어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증가시켰으니 이를 학교 당국에 배상하라는 주장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앞서 지난해 미국에서 SNS 기업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미디어 중독'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미국 교육구(School District)들의 주장이다.

이들 교육구들은 청소년의 미디어 중독에 따른 추가 교육비용을 청구하는 주장을 펼쳤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미국에서는 교육구를 통해 지역 단위 학교 시스템이 운영된다.

9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원은 최근 메타, 스냅, 틱톡, 구글 등의 주장을 인용하며 교육구들이 제기한 추가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교육구들이 SNS 기업을 상대로 낸 청소년 미디어 중독 소송은 수백 건에 이른다. SNS가 중독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같은 피고를 상대로 한 다수의 유사한 사실관계에 대한 소송에 대해 원고에게 사법 자문 조정 절차(JCCP)를 통해 통합 심리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현재 해당 사건은 캐롤린 쿨(Caryolyn Kuhl) 판사에게 배정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초순 기준 쿨 판사가 관할하는 JCCP 절차에는 미국 34개 주의 617개 교육구가 원고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교육구들은 SNS 때문에 학교들이 교실 내 규율을 바로 잡거나 교직원 교육 및 부모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이들 교육구들은 또 SNS 플랫폼들이 학생들과 같은 어린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알고리즘과 '좋아요' 기능 등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SNS 플랫폼들의 행위는 담배 회사가 담배를 중독적으로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해악이라는 것이다. SNS에서 유행하는 각종 '챌린지'(도전과제)들이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 자산을 손상시키게 했고 학교 당국이 이를 처리하는 데도 '상당한 자원'이 소요됐다고도 주장했다.

(로이터=뉴스1) 김민수 기자 = 동영상 제작·공유 플랫폼 틱톡 로고. 2023.12.11/뉴스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김민수 기자

SNS 기업들은 (자사가 아닌) 제3자의 게시물에까지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항변했다.

쿨 판사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업의 책임에 제한을 걸지 않으면 예컨대 △식당 주인이 부주의하게 상한 음식을 판매해서 운전자가 식중독에 걸리고 △이 운전자가 추후 다른 사람을 치게 될 경우 △교통사고 피해자에게까지 식당 주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중독에 따른 기업의 책임을 무한확장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메타는 성명을 통해 "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옳은 판결을 내렸다고 믿는다"며 "메타는 젊은 이용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 이번 판결과 상반되는 주장을 방어하는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틱톡, 스냅 등 기업의 대변인들은 블룸버그의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교육구들은 이번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교육구 측 변호사들은 성명서를 통해 "교육구 원고들은 이번 법원 결정에 실망하고 있다"며 "모든 항소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뿐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청소년들의 SNS 중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됐다. 캐나다 교육당국들이 메타와 스냅, 틱톡에 청소년들의 SNS 중독으로 수면 부족, 정신 건강 훼손 등 피해를 끼쳤으니 45억캐나다달러(약 4조5150억원)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