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사이버 보안... 수도권 대학 ‘첨단 학과’ 569명 늘린다
올해 고3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수도권 4년제 대학 12곳의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 학과 모집 정원이 569명 늘어나는 것으로 9일 확인됐다. 2024학년도 입시에서 817명 늘어난 데 이어 내년도 수도권 대학 이공 계열 학과 정원이 또다시 대폭 증가하는 것이다. 또 부산대·경북대 등 비수도권 대학 10곳 역시 첨단 분야에서 내년도 정원이 576명 증가한다. 수도권과 합치면 전국에서 총 1145명이 늘어난다.
대학 첨단 분야 증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작년 6월 “핵심 산업인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부가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시작됐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대학들이 첨단 분야 학과를 신설하거나 모집 정원을 대폭 늘리도록 했다. 이에 서울대가 올해 첨단융합학부를 신설해 입학 정원을 218명 늘린 데 이어 내년도에 스마트팜 특화 전공을 신설해 입학 정원이 25명 늘어난다. 내년도 연세대는 60명(반도체·인공지능), 고려대는 57명(사이버보안·인공지능)을 더 뽑는다.
수도권 대학들이 올해 첨단 학과를 중심으로 입학 정원을 늘린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 정비 계획법에 따라 대학 입학 정원이 총량제(11만7145명)로 묶여 있다. 2015년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을 1만명가량 줄였는데, 이때 생긴 여유분을 활용해 이번 정부 들어 첨단 분야 학과 정원을 늘리고 있다. 아직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은 총량에 7000명 정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첨단 분야 학과 정원 증원은 수도권 대학 12곳에서 569명, 비수도권 대학 10곳에서 576명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비슷한 규모로 결정됐다. 정부는 지난해 치른 2024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첨단 분야 학과 모집 정원을 수도권 대학 10곳에서 817명, 비수도권 대학 12곳에서 1012명 등 총 1829명 늘렸었다.
9일 각 대학의 입시 계획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 중 경기 안산에 있는 한양대 분교가 바이오헬스와 항공·드론 분야에서 내년도 106명을 더 선발하기로 해 증원 규모가 가장 컸다. 또 성균관대 22명(양자정보공학), 이화여대 33명(인공지능), 경희대 33명(디스플레이) 등의 정원이 늘었다.
비수도권에서는 국립대 위주로 첨단 분야 학과 정원이 늘어난다. 경북대가 113명으로 증원 규모가 가장 크다. 그다음인 부산대(112명)는 반도체·신소재·인공지능 분야 등에서 학과 정원이 늘었다.
정부가 2년 연속 첨단 분야 학과 정원을 대폭 늘리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 수요는 높아지는데, 대학은 정원 총량제 같은 낡은 규제에 막혀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거나 정원을 늘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인력 부족 규모는 2022년 1783명에서 2031년 5만6000명으로 약 30배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첨단 분야 학부 모집 정원을 계속 늘릴 계획이다. 특히 인력난이 심한 반도체 학과는 2027년까지 총 2000명을 늘릴 계획이다. 2025학년도 반도체 학과 증원 규모는 238명으로 2024학년도(654명)에 이어 증원 규모가 가장 크다. 다만 전체적인 증원 폭이 작년 입시보다 줄어, 에너지·신소재(2024학년도 276명→2025학년도 124명), 미래차·로봇(339명→65명) 등 대부분 학과 증원 규모가 소폭 감소했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인공지능 산업과 관련된 학과만 작년(195명)보다 올해(200명) 증원 규모가 늘었다.
한편 교육부는 작년 4월 첨단 분야 학과 증원 현황을 집계해 발표했지만, 올해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수도권 대학 정원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지방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한 지방 사립대 총장은 “수도권 대학 정원이 늘어난 만큼 지방 대학으로 오는 인재는 적어지고 합격선도 그만큼 낮아지는 것”이라며 “생존을 위해 첨단 분야 학과에 집중 투자하는 지방대가 많은데 맥 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원 부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반도체 등 첨단 분야 고급 인재를 기업들이 앞다퉈 데려가는 상황이라 대학들이 교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증원을 신청한 대학들의 교원 확보 능력을 주요 심사 기준으로 설정해 정원을 배정했다”며 “국토 균형 발전을 고려해 수도권 증원도 최소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입시 업계에서는 올해 입시에서 상위권 대학 이공계 학과 합격선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첨단 학과 증원에 더해 의대 증원, 학과 구분 없이 학생을 선발하는 ‘무전공’ 확대 등 상위권 이공계 학생의 선택 폭이 넓어지며 합격선이 전반적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양대 입학처장을 지낸 배영찬 교수는 “과거에도 새로운 산업에 맞춰 생긴 첨단 학과가 많았지만, 반짝 인기를 얻다가 곧 사라진 학과도 많다”고 했다. 첨단 분야 학과 증원에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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