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인근 접경지…"큰 동요 없어도 넋놓고 지낼 수 없어"
접경지역 주민들 "남북 갈등 확대 그만…우리도 자제해야"
"대북 확성기 방송이 오늘 저녁 7시 30분까지 안 들렸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은 아직까지 크게 동요되거나 그러지 않아요."
경기 파주시 DMZ(비무장지대) 인근 마을인 해마루촌은 지난 9일 오후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도 불구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해마루촌은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 양측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 이전까지 소음 공해에 시달렸던 곳이다.
주민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확성기 방송이 있었을 때는 저녁에 조용하면 왕왕왕 소리가 좀 들리긴 했었다"며 "자는 입장에서는 좀 조용하게 있으면 더 좋겠죠"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사실은 불안하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여기 일단 전방에 살다 보니까 미사일 날리면 제일 안전한 데가 여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주민들이 수십년을 살다보니 아직까지 크게 동요되거나 그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북한과 약 3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파주 탄현면 오금리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지 못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민 B씨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오늘 들리진 않았지만, 틀어도 아무 지장이 없고 괜찮다"며 "여기는 옛날부터 확성기가 들리고 그래서 주민들이 별로 신경도 안 쓴다"고 했다.
軍, 대북 확성기 방송 6년 만에 재개…"추가 실시는 北에 달려"
이날 '자유의 소리'는 첫 소식으로 우리 정부가 최근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밖에 미국과 일본 등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비난했다는 내용 등도 전했다.
이날 방송은 1차 경고용으로 단발성으로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접경지역 주민들 "남북 갈등 확대 그만…우리도 자제해야"
대북 확성기가 다시 설치되고 대북 방송을 재개했다는 소식일 전해지자 접경지역 주민들은 우리 정부의 신중한 대처와 갈등 확대를 주문했다. 민간인출입통제구역 내 거주하는 인천 강화군 교동도 주민들은 앞으로 남북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태 강화군 교동이장단장은 "대북방송 이후 북한이 다음 행보를 이어가면 접경지역 주민들도 더 이상 넋 놓고 지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필요 이상의 갈등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동도는 한강을 건너 황해도 연백군과 휴전선을 경계로 마주한 곳이다. 특히 교동면 인사리는 2018년까지 대북확성기가 있었던 곳이다. 이곳 주민들은 2015년 북한이 경기 연쳔지역 서부전선에 포격할 때 "대북 확성기를 목표로 포격을 가한다"는 첩보가 들어오면서 주민들이 모두 대피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정전 이후 민간 거주지역에 직접 포격도발을 경험했던 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민들도 우리 정부의 자제를 요청했다. 박태원 서해5도 평화운동본부 상임대표는 "북한이 더 자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우리 정부도 자제하길 바란다"며 "서북도서나 민통선 내 주민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슬기롭게 이끌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은 안 들렸지만…"극한 대립 걱정, 경제도 어려운데"
실제 대북 방송이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접경지인 김포지역 역시 크게 동요되지 않으면서도, 남북 간 극한 대립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날 북한 인접지인 김포 하성면 일대 주민들에 따르면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군 당국의 싸이렌이 울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한설 하성면 원산1리 이장은 "오래전부터 대북확성기가 작동되는 건 숱하게 들어 와서 우리 동네 사람들은 그러려니 할 뿐이다"라며 "연평도는 물론 비슷한 일들이 잊을만하면 또 터지고 그러니까 이젠 특별한 일도 아닌 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물론 평화로운 분위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크다"며 "정부에서 강경 대응을 어느 정도로 할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지나치게 하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하성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모(50대·여)씨는 "오늘 그간 듣지 못했던 싸이렌 소리가 들려서 무슨 일이라도 터졌나 하고 깜짝 놀라긴 했지만, 방송 같은 내용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며 "김포 쪽은 대부분 접경지가 공단이나 농촌지역이라서 민가가 거의 없고, 군사지역으로 묶여 있어서 관광지 등이 인접한 파주, 포천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북 확성기 자체가 우리 지역에서는 들리지도 않고 주민들도 크게 신경 쓰기보다는 무던한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경제적인 악영향에 대한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갈등 분위기가 심해져서 좋을 것은 없다. (주요 고객이기도 한) 군인들이 밖에 나오는 것도 많이 줄어서 안 좋긴 하다"며 "군사적인 충돌보다도 요새 경기가 안 좋아 영업하기 너무 힘든데, 이렇게 안보 문제까지 겹쳐서 더 힘들어지는 측면은 있다. 경제, 안보 등 뭐 하나 잘 되고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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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k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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