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시대, 복수주소제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홍근석(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우리나라의 저출생·고령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2024년 5월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5127만 7347명으로 2019년의 5184만 9861명보다 57만 2514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인구의 절대 규모 감소와 더불어 인구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역 간 격차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2024년 5월 기준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인구는 2603만 6513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 중 50.8%를 차지하는 반면, 비수도권 20여 개 군의 주민등록인구는 3만 명보다도 작은 실정이다. 수도권은 인구과밀 현상으로 인해 혼잡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비수도권은 인구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중앙정부는 2022년 6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여 인구감소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의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10월 19일에 「(舊)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시행령」 제2조의3 규정에 따라 89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고시하였으며, 2022년부터 10년간 매년 1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인구감소지역에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생활인구 확대 지원, 주민・지역 역량 강화, 청년・중장년 정착 지원, 생활환경・경관 개선 등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특례를 제공할 계획이다.
인구감소지역이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고 지역의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주민등록인구 증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절대 인구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인구감소지역의 주민등록인구 증가는 현실적으로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다. 인구의 자연적 증가가 어려운 현실에서 인구감소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인구의 사회적 증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단일주소제 하에서 인구의 사회적 증가는 제로섬(zero-sum) 게임의 특성을 갖기 때문에, 지역 간 이동에 의한 특정 지역의 주민등록인구 증가는 다른 지역에서의 주민등록인구 감소를 발생시킨다. 인구, 산업 및 각종 생활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서 비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오히려 비수도권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즉,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 측면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거주자들이 자신의 주민등록상 주소를 비수도권으로 이전할 유인(incentive)이 현재 상태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인구감소지역의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한 복수주소제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한 복수주소제는 인구감소지역 이외의 지역에 주민등록 주소를 등록한 개인이 인구감소지역에 일정 기간 거주할 경우 '부주소' 또는 '제2의 주소'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부주소' 또는 '제2의 주소'를 등록한 개인에 대해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등의 규정을 통해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의미한다. 즉, 기존에 제시되었던 복수주소제 관련 논의와는 다르게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한 복수주소제는 인구감소지역이 아닌 지역에서 인구감소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에 대해서만 복수의 주소를 인정하는 제도이다.
「주민등록법」 상의 주소를 기반으로 하는 현재 우리나라의 단일주소제는 현실 적합성 측면에서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거주 주소지 간 불일치로 인해 공공서비스 공급의 비용・편익 간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에 주소를 가지고 있는 개인이 평일에는 강원특별자치도에서 근무할 때 주소를 기반으로 부과되는 세금은 서울특별시에 귀속되는 반면, 평일 근무 시에 이용하거나 제공받는 공공서비스 및 재화의 공급 비용은 강원특별자치도가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독일은 「연방등록법」 제7조에서 '제2의 주소'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제2의 주소'를 등록한 개인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복수주소에 관한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세법 규정에 따라 광범위하게 복수주소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뉴욕주의 경우에는 184일 이상 뉴욕주에 거주한 개인은 납세의 의무를 가진 주민으로 인정하고 일정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이 입장에서도 실제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주소를 등록하지 못함으로써 생활에 필요한 혜택을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귀농어업인과 귀촌인은 해당 지역으로 이주한 후에 「주민등록법」에 따른 전입신고를 한 사람을 의미한다. 따라서 실제 귀농어・귀촌을 하더라도 주민등록 주소를 이전하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법률에 따른 지원을 제공받지 못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은 관계인구 창출 및 확대사업을 통해 실제 주소를 이전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관심을 가진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관계인구 중 직접기여형의 경우에는 해당 지역에 방문하여 창업 등의 경제활동을 수행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활동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한 것처럼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한 복수주소제는 현재 인구감소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주민등록제도를 기반으로 한 현행 단일주소체계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바, 새로운 제도 도입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위장전입의 문제, 기존 지역 주민과 '부주소'를 등록한 사람들 간의 형평성 문제, 투표권과 참정권 등의 권리를 부여할 경우 선거의 대표성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한 복수주소제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한된 범위와 조건 하에서 시범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러한 시범사업을 통해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한 복수주소제가 인구감소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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