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정원] 내 옆의 천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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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내가 만난 사기꾼' 혹은 '내가 아는 가짜들'이란 제목의 책을 쓰려고 했다.
내 주변의 가짜나 악마가 아닌 '진짜'와 '천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악마나 사탄 같은 인간들도 있지만 내 주변에는 천사와 귀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귀인이나 천사에게 고마움을 말로 표현하고 그들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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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내가 만난 사기꾼’ 혹은 ‘내가 아는 가짜들’이란 제목의 책을 쓰려고 했다. 30여년간의 기자 생활과 60여년의 삶을 통해 수많은 나쁜 인간을 직접 만나거나 취재를 했고 또 이야기를 들어서 누구보다 풍성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온 나라와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의 장본인들(학력이나 경력 위조, 주식이나 부동산 사기, 권력 남용, 뇌물 수수를 저지른)이 친절한 태도와 해맑은 표정으로 ‘진짜’임을 강조할 때 나도 속았다.
유럽 왕실과 귀족들이 애용한다던 스위스제 시계는 한때 국내 재벌가와 연예인들도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경기지역에서 만들어져 스위스로 보냈다 다시 들여온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이었다. 미국 명문대학교 박사 출신으로 재벌회장의 경제 개인교사이기도 하고 투자 컨설팅도 한다던 남성은 공영방송 라디오 진행자로도 활약했는데 알고 보니 고교 중퇴 학력이었다. 정치인이나 학자들 등 지식인들의 위선은 아카데미 주연상 수준이었다. 상류층 인사들, 나름 통찰력이 있다던 이들도 그들의 희생양이 됐다. 부끄럽게도 나도 그들의 실체와 민낯을 잘 몰랐다.
이렇게 시회에 해악을 끼치는 인간들을 글로 고발하려고 자료를 모았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그들의 실체를 고발하고 싶다는 사명감까지 생겼다. 그런데 부작용이 생겼다. 세상 사람들이 다 사악하게 보이고 ‘혹시?’라는 의구심만 커졌다. 내 마음도, 내 얼굴도 황폐해졌다. 어두운 면, 불길한 일, 막연한 분노에 집착한 탓이다.
그래서 시선을 바꾸었다. 내 주변의 가짜나 악마가 아닌 ‘진짜’와 ‘천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거창한 애국애족이나 사회단체활동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지옥에서 구제해주는 이들 말이다. 그들의 선행과 미덕은 공기 같아서 평소엔 의식도 못했다.
매일 주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친구들, 늘 명랑하고 밝은 표정으로 주변을 화사하게 만드는 사람들, 상처받은 이들을 보듬어주는 지인들, 누가 힘든 일을 겪으면 돈이든 시간이든 기꺼이 자신을 던지는 이들, 항상 타인의 장점을 먼저 살펴 칭찬을 하는 분들….
내 주변의 이런 사람들을 재확인하다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복이 많고 풍성한 삶을 누리는지 말이다. 악마나 사탄 같은 인간들도 있지만 내 주변에는 천사와 귀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수치로 환산은 안되지만 천사 98%와 악마 2%의 비율이라면 나는 얼마나 남는 장사를 하며 사는 인생인가.
항상 누군가의 단점을 파악하느라 왜곡됐던 시선이 이제 온화하게 바뀌었다. 주변에서 내 인상도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수술이나 고가의 화장품도 필요 없는 공짜 성형인 셈이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귀인이나 천사에게 고마움을 말로 표현하고 그들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잘 늙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보험보다 내 주변의 귀인들과 서로 감사하며 지내는 게 아닐까.
유인경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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