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친명'이 둘러싼 이재명… '레드팀 구친명'도 배제시키나
구친명 김영진 공개 반대 목소리 묻혀
연임 밀어붙이는 신친명 입김 작용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출마 1년 전 당 대표 사퇴 규정에 예외를 두는 당헌당규 개정을 논란 끝에 밀어붙일 모양새다. '이재명 연임'을 위한 무리한 개정이라는 친이재명(친명)계 내부의 제동에 멈칫했던 이 대표도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소위 신(新)친명계 흐름에 기울면서, 연임도 전부터 친명계 내부 분화 조짐이 감지된다. 친명계 내부적으로는 그간 '레드팀' 역할을 했던 인사들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명심(明心)만 따르는 인사들로 채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대표 사퇴 '예외' 규정, 이재명 임기부터 적용
민주당은 논란이 된 당 대표 임기 예외 조항을 이르면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대선 출마 1년 전이라도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전국 단위 선거', '대통령 궐위 등 비상상황'이라고 명시했던 예외 조항을 포괄적으로 바꿨을 뿐 큰 차이는 없다. '상당하고 특별한 사유'는 당무위에서 최종 결정하는데, 당무위 의장은 당 대표가 맡는다. 사실상 당 대표 의지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지도부의 움직임에 당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예외 조항이 이 대표에게 적용될 경우,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가 가능해 2027년 대선 경선에서 불공정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친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 방침에 대해 "혹을 떼려다가 혹을 더 붙였다"면서 "이 대표에게나 민주당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당 대표 임기를 더 단축해 내년 12월 이 대표가 사퇴하고 새 대표가 지방선거를 6개월 전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0일 최고위에서는 국회의장단 후보 또는 원내대표 선출 시 권리당원 표심을 20% 반영하고, 시도당위원장 선출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을 20대 1 미만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처리될 예정이다. 당내 의견 수렴 과정에서 이견이 제기됐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지도부 장악한 신친명계, 이재명 연임 추진
당 대표 임기 조항을 두고 내부에서도 논란이 커지자, 이 대표도 한 차례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제동을 건 지난 7일 심야 최고위에서 정청래 장경태 최고위원이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결국 관철 수순을 밟게 됐다. 일련의 결정 과정을 통해 이 대표 강성 지지층과 결합한 신친명계들의 입김이 더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당 지도부를 필두로 지난 총선을 통해 22대 국회에 입성한 원외 강성 지지층인 더민주혁신회의 출신 의원들이 이 대표 주변을 촘촘히 감싸면서 경기지사 시절부터 이 대표와 손잡고 '레드팀' 역할을 했던 친명계 인사들의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모양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당 대표 임기조항 개정에 대해 "이 대표는 원래 지방선거까지 버틸 뜻이 없었다"면서 "신친명계 의원들이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이 대표도 생각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것도 이런 내부 상황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그간 이 대표 연임에 대해서도 신친명계 인사들이 더 적극적이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 평가였다. 이 대표와 비교적 오래 호흡을 맞춘 인사들이 전략적 차원에서 연임에 대한 우려를 적지 않게 표시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사법리스크가 커질수록 내부 입지를 강화해야 하는 이 대표가 신친명계 인사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면, '레드팀' 역할을 하던 친명계 인사들과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사법리스크가 커질수록 당 장악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더 크게 들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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