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냐, 특목고냐"... 중 3 학부모는 헷갈려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학생부 전형 → 일반고 유리
정시모집 목표 → 특목고 유리
자기주도 등 학생 성향 고려해야
Q : 중학교 3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입니다. 아이 성적은 최상위권이며,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8학년도부터 개편되는 대입 제도에 따라, 내신 제도가 현 9등급 체제에서 5등급 체제로 바뀐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내신 받기 좋은 학교와 교과 환경이 좋은 학교 중, 제 아이는 어떤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게 좋을까요? 일반고? 아니면, 특목고나 자사고? 여러 대입 설명회에 참석해봤지만,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립니다.
A : 요즘 고등학교 입시 현장에서는 특목고와 자사고 인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체감된다. 내신이 5등급 체제로 바뀌면서 내신 변별력이 사실상 약화돼,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해 내신 등급에서 불리할지라도 우수한 교육환경을 추구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과연 특목고와 자사고 진학이 무조건 입시에 유리할까? 고등학교 선택은 언제나 그렇듯이 어떤 대입 전형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거기에 아이의 성향도 한몫한다.
일단, 선결 과제는 2028 대입제도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2028학년도 대입에서는 수능이 계열 구분 없이 공통 범위와 과목으로 치러지고 ‘표준점수·등급·백분위’의 수능 성적 표기 방식과 9등급 체계가 유지된다. 반면 고교학점제를 기반으로 한 내신 과목과 평가 방식에는 변화가 있다. 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것으로, 기존의 공통∙일반선택∙진로선택 과목에 융합선택 과목을 추가한 형태다. 성취평가(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병행되고 등급 체계가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뀐다. 사회·과학 융합선택은 성취평가만 제공되고 그동안 주어지던 표준편차는 제공되지 않는다. 또 학생부 간소화와 출신고교 블라인드 평가는 이어지는 가운데, 특목고와 자사고가 존치되고 의과대가 증원되며,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 선발 및 모집단위 광역화)가 보편화된다.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자녀가 학생부 위주 전형을 노린다면 일반고가 바뀐 제도에서도 유리하다. 물론 내신 등급을 잘 받는다는 것이 전제다. 비교과에서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해 불리할 수 있다고 해도, 학생부 전형에서는 숫자(등급)의 위력이 글자의 위력보다 크기 때문이다. 2024학년도 학생부 종합전형과 교과전형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학생부 전형에서는 무엇보다도 교과 성적이 제일 중요하다. 5등급제로 바뀌면 현재 2등급(누적 11%) 구간의 학생은 최고의 혜택을 보게 되지만, 1등급(누적 4%) 학생은 손해를 본다. 학생부 위주 전형을 염두에 둔다면 상위권 학생은 1등급(10%)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고가 비교과 역량에서 특목고나 자사고보다 무조건 불리하다는 것도 오해다. 일반고도 스스로 주도적으로 비교과 활동을 열심히 하면 특목고나 자사고 못지않게 좋은 학생부를 챙길 수 있다.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등 학생부 기재 수준은 고교 유형이 아닌 개별 학교와 해당 교사의 능력에 따라 다르다. 물론 기록의 토대가 되는 학생의 활동과 성취 수준은 좋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노리는 자녀들도 일반고를 눈여겨봐도 좋다. 의대 지역인재전형은 2025학년도 현재 56%가 학생부 교과전형인데, 이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자녀가 정시모집을 목표로 한다면 특목고와 자사고의 교육환경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특목고나 자사고, 학군지의 일반고는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높아 내신 상위 10% 안에 드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은 내신보다는 수능에 집중하며 학교의 대입 지도 역시 수능 위주의 전략에 최적화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수시 모집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논술과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갈 수 있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교과 성적에 불리할지라도 비교과 부분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특목고는 심화 교과목을 통해 전공 적합성을 부각할 수 있는 이점이 있으며, 자사고는 논술, 토론수업, 심화 교과 등 높은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심화 교과목을 운영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갖고 있다. 이처럼 특목고와 자사고는 대입 시 비교과 준비의 수월성, 우수한 교육환경 및 교육과정, 정시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비슷한 학생 간의 선의의 경쟁과 상호 협동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한편 고교학점제와 고등학교 유형은 큰 상관이 없으므로 학생 성향에 따라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학점제에서는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주도적인 학생이라면 일반고가, 주변 분위기에 많이 휩쓸리면 면학 분위기가 좋은 특목고나 자사고가 낫다.
올바른 고교 선택은 대입 성공의 중요한 첫걸음이 된다. 학생부 위주의 전형을 선택한다면 과감히 일반고, 정시를 노린다면 특목고나 자사고를 선택하는 게 낫다. 학생의 능력과 성향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고 그 학교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다.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한 선택을 하시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런 말도 있다. “잘할 아이는 어디에 가도 잘한다.”
이만기(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 교육평론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피식대학 사태...지차체의 빗나간 '홍보 욕망'엔 죄가 없나 | 한국일보
- 20년 전 '밀양 성폭행' 신상 털기... 가해자 보호 부메랑 됐다 | 한국일보
- 제68회 미스코리아 글로벌 '진' 최정은·'선' 권해지·'미' 이연재 | 한국일보
- 김병만 "스카이다이빙 사고로 척추 골절…재활 성공했다" ('백반기행') | 한국일보
- "난 이병철 양자" 주장한 74세 허경영… 84세까지 출마 금지 | 한국일보
- 北, 한밤에 '오물 풍선' 또 날렸다... '대북 확성기' 압박에 반발 | 한국일보
- "중학생 입장 가능" "노래 맛집" 새벽까지 춤췄다…김포 청소년 클럽 적발 | 한국일보
- 딸 되찾은 암 말기 엄마, 아들 생환 직전 숨진 아빠… 이스라엘 인질 구출 희비 | 한국일보
- "자일리톨의 배신"… 심장마비·뇌졸중 위험 높여 | 한국일보
- 무안 선착장서 SUV 바다 추락… 2명 심정지 상태 구조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