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AI 시대에서 독서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2022년 11월 30일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가 등장함으로써 세상은 변혁의 길 위에 서게 된다. 당시 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단 두 달 만에 1억 명의 이용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달 14일 GPT-4o가 등장했다. 이번 업데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적절하게 웃거나 농담하며 사람과 실제 영상 통화하듯 대화하는 수준까지 선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업데이트가 지속되어도 아직 윤리성이라 말하는 범주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긴 어려우며, 데이터의 신뢰성에서도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AI 기술이 아주 빠르게 일상에 스며들고 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AI 시대에서 독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까?
AI의 발전은 많은 분야에 큰 변화를 불러왔지만, 독서라는 행위 자체에는 그다지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일반적으로 책 읽기를 종이에 한정한 행위로 인지하는 만큼 웹을 기반으로 한 AI와는 결이 다른 데다, AI의 발전으로 인해 생성된 무수한 콘텐츠가 책을 읽을 시간을 빼앗는다고 보는 시선이 만연하다. 물론 전자책, 오디오북, 맞춤형 도서 추천 등 AI를 활용한 기술이 독서에도 전방위로 들어서고 있으며, AI의 등장이 아니어도 독서를 멀리하려는 이유 아닌 이유는 꾸준히 이어졌다. 그럼에도 AI와 독서는 물과 기름처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듯하다.
실제로 AI의 발전은 독서의 큰 이점 중 한 가지인 ‘지식의 습득’을 상쇄시킨다.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식의 습득은 성인에겐 세 번째, 학생에겐 두 번째로 중요한 독서의 이점이다. 그런데 수천 권의 책을 읽어도 쉽게 얻지 못하는 지식의 양을 AI를 잘 활용하면 단 몇 시간의 노력만으로도 일정 수준 대신할 수 있다. 이를 지식이 아닌 정보로 여겨 상대적으로 평가절하하며, 앞서 언급했듯 윤리성 및 신뢰성의 ‘문제’라 여길 부분에 대한 해소도 필요하다.
한편으론 이러한 부분을 시간이 약일 뿐 큰 문제라 여기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급격히 발전하는 AI 기술에 비해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 자리에 머무른 독서란 행위를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하여 독서란 행위를 무작정 멀리해선 안 될 것이다. 지식의 영역이 아니어도 독서가 주는 이점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독서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성인이 67.3%, 학생이 77.4%였다. 독서를 하는 사람인 독서자에 한해서는 90%에 육박할 만큼 중요한 행위로 여겼다. 즉 독서가 우리 삶에 긍정적인 방향성을 불러일으킬 중요한 요소임을 ‘아직’ 다수가 인지하고 있다. 단지 그러한 여건이 되지 못할 뿐이다.
특히 ‘행위의 능동성’은 AI가 발전할수록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AI 기반의 콘텐츠 소비는 주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이루어진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맞춰지는 듯하지만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행해진다. 소비자는 깊은 사고나 적극적인 참여 없이 수동적으로 행위를 받아들이게 된다. 반면에 독서는 단순히 문자를 읽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기까진 어렵더라도 적어도 문장과 문단의 의미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누군가는 책을 읽고 든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함으로써 사고의 영역을 능동적으로 확장한다. 이러한 과정이 복잡다단하다면 적어도 200페이지 분량의 책을 읽는다는 건 ‘2~3시간의 시간을 소비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능동성은 사고의 확장과 심화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자기 주도적 삶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중요한 것은 독서와 AI가 어떻게 공존하느냐이다. 다수의 독서 전문가는 이러한 현상을 위기이자 기회로 받아들여 리터러시를 재개념화하고, AI 문해력 진단 도구를 개발하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읽기 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AI 시대에서 독서가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단순히 AI를 부정하고 밀어내기보단 독서가 주는 수많은 이점을 놓지 않은 채 AI 기술을 활용하여 독서 경험을 향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고 발전시킴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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