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괭생이모자반 문제 10년, 협력이 필요하다

김지회 국립수산과학원 기후환경연구부장 2024. 6. 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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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회 국립수산과학원 기후환경연구부장

바다에 떠다니다 연안으로 밀려와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괭생이모자반의 습격이 올해도 시작되었다. 2015년 제주와 전남 연안에서 피해가 처음 알려진 이후 벌써 10년째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모자반이 밀려오는 시기나 지역, 그 양은 해마다 달라 예측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괭생이모자반은 한국 일본 중국 연안에 널리 분포하는 갈조류의 일종이다. 보통 연안의 해저 암반 등에 붙어서 자라는데, 조체(藻體)에 ‘공기주머니(기낭)’가 있어 부착 기질에서 떨어지면 수면으로 떠 올라 해류를 따라 먼 곳까지 이동하기도 한다. 떠다니는 동안에도 조건이 맞으면 계속 성장하여 큰 더미를 만들게 된다.

괭생이모자반이 해안에 밀려와 쌓이면 경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황화수소나 암모니아 등의 유독가스는 건강에도 좋지 않다. 줄기가 질긴 까닭에 잘 끊어지지 않아 선박 스크류에 감겨 사고나 고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괭생이모자반은 12월부터 다음해 6월 사이에 제주도와 서해안 일대로 밀려오는데 하필 이때 서해와 남해 서부에서는 김 양식이 성행하기에 더 문제다. 모자반 더미가 김 양식장을 덮치면 시설을 훼손하고, 양식망에 모자반 줄기들이 붙으면 이를 제거하는 데에 품이 많이 들어 김 양식을 망치게 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모자반의 양식장 유입을 차단하는 시설을 설치하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물론 괭생이모자반이 문제만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바닷속에서는 물고기의 은신처 성육장 산란장 등 생태계에 이로운 역할을 한다. 또 알긴산과 후코이단 등 기능성 다당류가 들어있고, 식품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괭생이모자반을 재료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식용하지 않고 농업용 거름으로 활용하는 정도다. 최근 들어 괭생이모자반에 항바이러스 항산화 항염증 주름 개선 등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특허 및 실용신안 등 관련 기술이 300건 이상 검색될 정도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2024년 5월 기준). 그뿐만 아니라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괭생이모자반을 활용한 양식전복용 및 가축용 사료를 개발해 자원의 고도 이용에 앞장서고 있다.

이렇듯 괭생이모자반은 문제성과 유용성을 동시에 가지지만 아직은 가치를 인정받기보다는 이로 인한 피해가 훨씬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해양수산부에서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해마다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은 연근해에서 괭생이모자반의 분포와 이동의 모니터링 및 예측을, 지자체에서는 수거 및 처리를 각각 분담하고 있다. 그러나 수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모니터링과 예측은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망망대해에 떠다니는 모자반 더미의 위치와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기관의 선박에서 직접 관측한 결과와 인공위성 관측정보까지 동원하지만 대상 해역이 너무 광대하고, 계절이나 날씨에 따른 제약도 많다. 모자반 더미가 이동할 방향과 속도 예측에는 수치모델, AI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지만 해양과 기상 상태에 따른 변수가 많아 정확한 예측이 상당히 어렵다.

동중국해와 황해에서 떠다니는 괭생이모자반은 대부분 중국의 광둥성(廣東省)에서 발해만에 이르는 광범위한 연안에서 생육하다 탈락한 것들이다. 바다에 떠 있는 모자반은 해류와 바람의 방향에 따라 한국 일본 중국 등 어디라도 향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모자반 더미가 김 양식장을 덮쳐 큰 피해가 발생한 바 있고, 일본의 큐슈 해안에도 모자반이 밀려와 쌓인다고 한다.


결국, 부유성 괭생이모자반은 어느 한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 일본 중국에 공통된 문제라는 것이다. 모자반의 발생과 이동 예측에 관하여 특히 과학자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은 그 대응책 마련에 대단히 중요하다. 한·일·중 3국의 관련 연구자들이 교류·협력을 통해 서로의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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