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트지오, 4년넘게 세금 체납… 석유公 “계약 체결엔 문제없다”

세종=김도형 기자 2024. 6.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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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용역비 최대 22억 수령 가능성… 일각 “석유公 돈으로 세금내” 지적
석유公 “대금 지급 두달전 납세” 반박
예산삭감권 쥔 野 “국정조사해야”… 與 “민생지원금이면 130번도 시추”
한국을 전 세계에서 95번째로 산유국 반열에 오르게 했던 동해 가스전. 2004년부터 2021년까지 가스를 생산했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제기된 경북 포항 영일만 심해(深海)보다 남쪽에 위치해 있다. 동아일보DB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미국 액트지오를 둘러싼 의혹이 계속 불거지면서 여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4년 넘게 약 230만 원의 세금을 체납했던 액트지오는 이번 평가 비용으로 최대 22억 원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세금 체납 액트지오… “평가 비용 22억 원 책정”

9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액트지오는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미국 텍사스주에서 법인 영업세를 내지 않았다. 액트지오의 미납세액은 1650달러(약 230만 원)로 지난해 3월 체납 세금을 완납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착오로 인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난해 2월 액트지오와 계약 체결 이후 그해 5월부터 용역대금을 지급했는데, 액트지오가 세금을 완납한 시점은 지난해 3월로 석유공사는 액트지오 체납 세금을 대납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석유공사가 준 돈으로 세금을 내고 액트지오가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유효한 법적 지위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와의 계약에는 법적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의) 행위능력이 일부 제한된 상태는 재판권이 제약받고 법인 채무가 주주 등으로 이전되는 효과가 있을 뿐”이라며 “텍사스주법에 따라 행위능력 일부가 제한된 상태에서도 계약 체결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면서 2019년 1월까지 소급해 모든 행위능력이 회복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액트지오가 이번 분석으로 최대 22억 원의 용역비를 지급받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이 확보한 ‘동해 울릉분지 종합기술평가 수행계획’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심해 전문기관 평가 및 전문가 자문단 예산으로 160만 달러(약 22억 원)를 책정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심해 전문기관 평가가 핵심인 계획”이라며 “계획상의 비용이지만 160만 달러를 기준으로 대부분이 액트지오에 지불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야당 “국정조사할 판”… 여당 “1인 25만 원으로 130번 시추 가능”

영일만 일대 심해 한 곳을 시추할 때마다 적어도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야당의 공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1∼6월)까지 1곳의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를 시추하기 위해 최소 1000억 원 이상을 내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 삭감권을 쥔 민주당은 액트지오에 대한 의혹을 적극 부각하고 나섰다.

이날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영일만 석유 사업에 대해 입찰 과정, 사업성 평가 결과 자료, 자문단 명단, 회의록, 결과보고서 등 자료를 요구했지만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라며 “급기야 액트지오의 세금 체납과 법인 자격 문제까지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에쓰오일 상무 출신인 같은 당 이언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규모도 크고 신용도 좋은 회사가 많은데 석유공사가 굳이 이 회사를 고집해 계약한 이유가 석연찮다. 시추가 아니라 국정조사를 해야 할 판”이라며 공세에 가세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1인당 25만 원씩 나눠줄 돈으로 시추 130번을 할 수 있다”며 반격에 나섰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대 매장 추정량 140억 배럴은 시가로 1조4000억여 달러이고, 한화로는 2000조여 원어치에 이른다”며 “전 국민 1인당 25만 원씩 나눠 주는 것은 160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말에 시작되는 첫 번째 탐사 시추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 1월 말쯤에 시추 지역에 석유·가스의 흔적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 시추 지역에서의 40일간의 작업 기간 중 막바지에는 시추공이 석유·가스 존재 가능성이 높은 저류층에 도달하기 때문에 시추 성공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탐사 시추는 실시간으로 결과물을 분석하는 작업이 함께 진행된다”며 “시추 막바지에는 목표 지층에 석유나 가스가 존재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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