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국제 금융시스템의 분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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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나 금융통합이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세계 경제의 양강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지정학에 기반한 경제안보 논리가 득세하면서 상호 갈등과 대립이 확산하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세계경제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한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질서, 혹은 금융세계화가 흔들린다.
21세기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질서의 새로운 활력을 이끌 이들과의 공조와 협력은 '글로벌 중추국가'를 꿈꾸는 우리에게도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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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나 금융통합이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세계 경제의 양강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지정학에 기반한 경제안보 논리가 득세하면서 상호 갈등과 대립이 확산하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세계경제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한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질서, 혹은 금융세계화가 흔들린다.
얼마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세상의 해체'(worlds apart)라는 특별보고서에서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질서가 국제적 차원의 보다 다각적인 흐름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랫동안 잠재돼 있던 또 새롭고 다양한 힘이 결합해 서구, 특히 미국의 자본과 제도 및 지급결제망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기 시작한 것. 이를 세계 경제지리의 급변에 기반한 순차적 '다변화'로 볼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지정학적 갈등과 결부해 '분절화'의 위험에 보다 관심이 크다.
본래 단일하고 세계화한 금융시스템만이 평화나 번영에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지금처럼 세계경제의 역학관계가 재편된 상황에서는 도리어 다양하고 중층적인 시스템이 적합할 수도 있다. 우리처럼 대외 연계성이 높은 국가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처럼 글로벌 자본의 일방적인 행태에 큰 위기를 겪곤 한다. 결국 국제 자본흐름의 변동성 또 국제금융의 불평등한 위계구조에서 자신을 방어하려는 노력이 불가피하며 이미 자체 금융시장 육성 및 투자보호 등을 위한 조치들이 강화된다.
게다가 점차 달러파워에 기반한 미국 주도의 금융제재, 즉 달러의 무기화가 역풍을 초래했다. 주로 러시아나 중국 등 적성국의 반발이 크지만 인도 등 다른 비동맹 국가들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이처럼 미국이 통제하는 금융지렛대를 우회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한다. 특히 디지털기술 발전에 힘입어 달러 중심의 금융망에서 벗어나 자체 금융접근성을 제고하려는 노력도 주목된다. 문제는 이런 행보가 지정학적 진영화의 논리와 결부되면 정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호 분열과 갈등을 억제하고 새로운 협력과 소통의 계기를 찾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달러에 편중된 국제 금융시스템의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실제로 여러 시험과 균열, 새로운 연결고리가 부상한다. 가령 외환보유액만 해도 달러의 지배력은 여전하지만 점차 '비전통적 준비통화'들이 약진한다. 중국 위안화는 물론 캐나다달러나 호주달러, 나아가 우리 원화까지 일종의 '준안전통화'로 부상하며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다.
아울러 미중갈등 격화로 상호 직접적인 투자나 교역은 줄고 있지만 그 대신 제3국, 이른바 '연결국들'(connectors)을 통한 간접연계는 더욱 확대된다. 인도나 인도네시아, 브라질, 멕시코, 베트남 등의 신진세력이 양강, 혹은 적대진영간 대립의 틈새에서 새롭게 경제적, 외교적 지위를 다지며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것이다. 21세기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질서의 새로운 활력을 이끌 이들과의 공조와 협력은 '글로벌 중추국가'를 꿈꾸는 우리에게도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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