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유행 말고 특별함이 필요한 관광업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2024. 6. 1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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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패션에도 유행이 있듯 관광에도 유행이 돈다. 2000년대 초반 래프팅이 유행처럼 번진 시기가 있다. 동강을 시작으로 한탄강, 내린천 등으로 래프팅을 즐기는 관광객이 늘어났다. 여행업 사람들은 래프팅 체험을 포함한 여행상품을 만들었고 두세 곳이던 래프팅서비스업체는 순식간에 수십 곳으로 늘어났다. 서울에서는 잠실,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동네마다 탑승지를 둬 관광버스로 셔틀을 돌릴 정도로 흥했다. 그 후 동강, 한탄강, 내린천에서는 서로 고객 모시기 경쟁을 했고 그 경쟁은 래프팅 체험비에 영향을 미쳤다. 7만원대던 래프팅 체험비는 경쟁이 시작되며 3만원대로 내려갔다. 여기에 왕복 2만원대던 차량 셔틀요금까지 합해 점점 말도 안 되는 낮은 가격에 판매됐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래프팅 패키지는 보기 힘들다.

2010년도 즈음부터는 출렁다리가 유행했다. 충남 청양에 있는 천장호 출렁다리, 강원 원주 소금산에 위치한 소금산 출렁다리 등 여기저기 출렁다리가 유행처럼 생겨났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천장호 출렁다리는 2009년에만 100만명 넘는 관광객이 몰렸다. 이에 청양군을 넘어 충남의 대표적 관광지가 됐다. 그 유행은 예산과 논산 등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2015년 76만명, 2020년 31만명으로 5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2021년 이후에는 연간 20만명대로 줄었다.

다음으로는 케이블카다. 2014년 개통된 여수 해상 케이블카는 대한민국 최초 해상 케이블카로 불리며 여수관광 10경에도 선정됐다. 이곳은 2017년 하루평균 7000명이 찾았고 표를 구하기 위해 주변 식당이나 현지 여행사들에 아침부터 줄을 서서 표를 구해달라고 부탁한 해프닝까지 있었다. 현재는 통영, 해남, 사천, 강화, 제천 할 것 없이 관광지에 케이블카가 설치됐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개통한 명랑해상 케이블카는 개통 첫해에 1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2022년에도 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년 만에 2배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지역 케이블카 중에선 매년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과연 이들 모두 그 지역의 독특한 관광자원이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었을까. 그렇다면 그 관광자원으로 진정한 이득을 가져간 곳은 어디일까.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들? 관광업계 종사자들? 모두 아니다. 바로 그 시설을 만든 제작업자들일 터다. 래프팅이 유행처럼 번져갈 때 여기서도 저기서도 필요로 한 것은 래프팅보트였다. 출렁다리, 케이블카도 마찬가지다. 이 시설 제작업자들은 이 시기에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을 거라고 추측한다. 이런 관광시설이 시작과 다르게 장기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바로 특별함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관광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면 답은 바로 로컬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 지역을 잘 알고 오랫동안 지내온 그리고 앞으로도 그 지역에 있을 주민들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전주 한옥마을의 한복 콘텐츠, 수원 행궁동의 공방거리, 경주 황리단길의 카페거리처럼 그 지역에 맞는 콘텐츠를 민간이 만들고 또 운영해 주민주도형 관광지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가 바로 제대로 된 지역관광 활성화며 그들이 바로 로컬크리에이터인 셈이다. 다른 지역의 유행을 보고 control+C, control+V 하는 사업이 아닌 그 지역이라는 도화지에 그 지역에 맞는 그림을 잘 그려야만 그 지역이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동네로 여행을 오게 하는 새로운 꼬심을 준비해보자. 그 꼬심은 바로 지금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은 매일 보는 것이 정말 소중하고 특별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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