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 단일 대회 첫 4연패… KLPGA 새 역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여왕’ 박민지(26)가 투어 최초로 단일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최근 삼차(三叉)신경통으로 인한 극심한 머리 통증에 시달렸던 그는 “이번 뜻깊은 우승 상금 전액을 아픈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지는 9일 강원 양양 설해원(파72·6563야드)에서 열린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총상금 12억원) 3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로 2타를 줄였다. 파 행진을 이어가다 10번홀(파4) 보기로 공동 선두를 허용했으나, 11번(파3)·14번홀(파5) 버디를 잡으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 18번홀(파5) 버디로 마무리했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를 친 박민지는 공동 2위(10언더파) 이제영(23)과 전예성(23), 최예림(25)을 3타 차로 제쳤다. 사흘 내내 선두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박민지는 2021년부터 4년 연속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단일 대회 3연패는 박민지와 고(故) 구옥희, 강수연(48), 박세리(47), 김해림(35)까지 5명이 기록한 바 있으나 4연패는 최초다. 박민지는 단일 대회 최다 우승(연속 우승 포함) 부문에서도 1990·92·94·96년 KLPGA 선수권 챔피언 고우순(60)과 나란히 공동 1위(4승)로 올라섰다. 투어 통산 19승을 쌓은 박민지는 구옥희와 신지애(36)의 통산 우승 공동 1위(20승) 기록까지 1승만을 남겼다.
박민지는 이번 대회 우승 상금 2억1600만원을 보태 투어 최초로 통산 상금 60억원을 돌파(60억4878만원)했다. 그는 포상금을 제외한 이번 대회 우승 상금 전액을 기부할 계획이다. 대회 주최사 셀트리온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도전을 응원하는 뜻에서 4연패에 특별 포상금 3억원을 내걸었다. 또한 박민지의 메인 스폰서 NH투자증권은 이날 박민지가 우승 후 기부 의사를 밝히자 “4연패를 기념하고 기부의 뜻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우승 상금과 동일한 금액을 우승 인센티브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민지는 KLPGA 투어에 데뷔한 2017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우승을 달성했다. 2017~2020년엔 매년 1승, 2021·2022년엔 6승씩 올렸다. 2023년 2승에 이어 이날 올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코스 높낮이를 이용하는 산악 지형 코스를 좋아한다는 그는 최근 ‘돌파력’ 등 위기를 헤쳐 나가는 마음가짐과 행동 양식이 담긴 책을 읽으며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4연패 기록) 부담감이 커서 매일 새벽 6시에 잠에서 깰 정도로 이번 주가 정말 길었다”고 했다.
이번 우승이 특히 뜻깊은 이유는 최근 삼차신경통으로 큰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전기가 통하듯이 머리나 이마를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며 “겨울에 밖에 나가 바람을 맞으면 미친 듯이 통증이 왔다”고 했다. “골프는 둘째치고 ‘살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며 “감사하게도 지난 3월 이후로는 아프지 않아서 무통이 지속되는 시기가 오래갈 수 있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아파 보니 아픈데 돈이 없어 치료를 못 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병원, 어린이, 독거노인과 관련된 곳에 기부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박민지는 투어 통산 최다승인 20승 기록을 “올해 안에 꼭 이뤄내고 싶다”며 “퍼트 연습을 많이 하면 빠른 시일 내에 1승 추가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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