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디아] 프랑스혁명 당시 시민군 모자 본뜬 거래요
이번 2024년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 공식 마스코트는 ‘프리주(Phryge)’다. 프리주는 프리기아 모자를 의인화한 것이다. 챙이 없고 원뿔 모양처럼 생긴 모자로 우리에겐 만화영화 주인공 스머프가 쓰던 모자로 익숙하다. 프랑스 혁명 당시 시민군이 많이 써서 ‘자유의 모자’로 불린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외젠 들라크루아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 나오는 프랑스 삼색기를 들고 있는 여신이 이 모자를 쓰고 있다. 프리기아는 고대 아나톨리아 중부(현재 튀르키예 인근)에 위치했던 왕국 이름으로 이곳에선 노예가 해방되면 프리기아 모자를 씌워주는 전통이 있었다. 로마가 이 전통을 이어받으며 자유의 상징이 됐다.
프리주는 붉은색 몸통에 파란색 바지, 흰색 스니커즈를 신고 있다. 자유, 평등, 박애를 뜻하는 프랑스 삼색기를 기본 색상으로 도안했다. 패럴림픽 마스코트는 운동선수용 의족을 차고 있다.
올림픽 마스코트는 올림픽 정신을 바탕으로 개최 도시가 가진 역사·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하계·동계올림픽뿐 아니라 유스올림픽, 월드컵 등 각종 스포츠 행사에서 마스코트를 만든다. 올림픽에서 처음 마스코트가 등장한 건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 동계올림픽이다. 스키 대표팀 동작을 형상화한 ‘슈스(Shuss)’로 붉은색 머리에 푸른색 몸으로 이뤄졌다. 다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식 승인하지 않은 채 활용됐고, 이후 IOC가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부터 공식 마스코트 도입을 결정해 독일에서 사랑받는 강아지 품종 닥스훈트를 형상화한 ‘발디(Waldi)’가 탄생했다.
대체로 올림픽 마스코트는 개최국을 상징하는 동물이 쓰인다. 1980년 모스크바 하계올림픽 마스코트는 곰을 형상화한 ‘미샤’였다. 올림픽 마스코트로는 처음으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뒀다. 미샤는 개막식과 폐막식 모두 등장했고, 애니메이션이나 팬시 상품으로도 팔렸다. 냉전 시대 갈등으로 미국이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했는데도 미국 내에서 관련 상품이 나올 정도로 인기였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는 흰머리수리 ‘샘’이 눈길을 끌었고,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는 머리에 상모가 달린 모자를 쓴 호랑이 ‘호돌이’였다. 호랑이는 이후 한 번 더 쓰여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수호랑’ 마스코트가 탄생했다. 서쪽을 지키는 백호(白虎)로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수호(守護)’와 정선아리랑의 ‘랑’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평창 동계 패럴림픽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동물 반달가슴곰을 형상화한 ‘반다비’를 만들었다.
중국은 판다를 민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5개 마스코트 중 ‘징징’이 판다였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판다인 ‘빙둔둔’을 내세웠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아미크’는 캐나다 비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시드’는 호주에만 사는 오리너구리를 본떠 만들었다.
올림픽이 열리는 도시 특징이나 시대상을 표현한 마스코트들도 있다. 정보기술 발전이라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이지(Izzy)’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마스코트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외눈을 가진 ‘웬록(Wenlock)’이 등장했다. 영국 중서부 마을 머치 웬록 이름에서 따왔는데 이 마을은 4년마다 한 번씩 운동 대회를 여는데 이걸 보고 쿠베르탱이 근대 올림픽을 착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은 일본어 미라이(미래)와 도와(영원)를 합쳐 만든 초능력 가상 캐릭터 미라이토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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