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난해 가계 실질소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감소

정석우 기자 2024. 6. 1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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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자 내고 남은 소득 1.2%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의 장바구니가 비어있다. /뉴스1

지난해 우리 경제가 1.4% 성장했지만, 세금, 대출 이자 등을 내고 남은 가계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1.2%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소득은 찔끔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고(高)물가에 따른 가계 실질 구매력 감소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국내총생산(GDP)을 산출할 때 쓰는 기준 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하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Personal Gross Disposable Income)’의 2000~2023년 집계치를 지난 5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세금, 사회보험료, 대출 이자 등을 빼고 소비지출에 쓸 수 있는 금액으로 기업과 정부를 제외한 가계의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종전까지는 물가 변동폭을 따지지 않은 명목 지표만 공개해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민간 소비 부문의 물가 변동폭을 제거한 실질 지표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PGDI(물가 변동폭을 고려하지 않은 명목 기준)는 2545만원으로 1년 새 2% 증가했다. 1인당 명목 PGDI는 처음으로 이 지표를 집계한 2000년 이후 매년 증가세를 이어왔다. 반면, 한은이 이날 처음 공개한 1인당 실질 PGDI는 2301만원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지표 집계 이후 1인당 실질 PGDI가 감소한 것은 2009년(-0.4%)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3.6%로 2022년(5.1%)에 이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실질 구매력이 감소한 데다, 고금리 여파로 이자 비용이 크게 불어 처분가능소득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가계의 이자 비용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8%나 불었고, 2분기(42.4%), 3분기(24.2%), 4분기(20%)에도 20% 이상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네 분기 평균 이자 지출 증가율은 32.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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