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관심사로 등장한 ‘헌법 84조’ 문제

조선일보 2024. 6. 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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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리종혁(가운데)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이 지난 2018년 11월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참석을 위해 경기도를 방문해 당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화영(오른쪽)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기념 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사실로 인정함에 따라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조만간 기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전 부지사의 요청에 따라 쌍방울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등을 북에 대납했다는 게 법원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미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위증 교사,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등 6개 사건, 8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주에만 재판이 3건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건이 추가 기소되면 사법 리스크는 한층 커지게 된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 재판들이 전부 1심 진행 중이라 2027년 5월 차기 대통령 취임 전까지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추’에 재판도 포함되는지가 관건이다. 그 해석을 놓고 법조계 의견은 갈린다. 피고인이 대통령에 선출될 경우 ‘기존 재판도 중단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중단 없이 진행돼 유죄가 확정되면 대통령 직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법적 혼선은 커질 것이고, 정치권 전체가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기소되면 일단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이 그동안 정치권의 불문율이었다. 권력으로 죄를 덮으려 한다는 오해를 피하려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그 반대로 행동했다.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대표 선거에서 이겨 방탄 특권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을 막으려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방탄 국회를 운영했다. 당시 가결표를 던졌다고 의심받던 의원들은 공천에서 줄줄이 떨어졌다.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은 대북 송금 사건 선고 직전, 수사 검찰을 수사하겠다는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 모든 일이 수사를 방해하고 재판을 지연시켜 이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이 대표 재판 중 위증 교사와 선거법 위반 사건은 사안 자체가 간단해 오래 걸릴 성질이 아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6개월 내 1심 선고를 내리도록 돼 있지만 지금 재판부는 2년 가까이 심리를 끌며 선고를 미루고 있다. 정치권 눈치를 봤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 없을 것이다. 법원 스스로 불필요한 논란을 키웠다.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의 사법 방해는 거세질 것이다. 사법부는 우리 사회의 정의와 질서를 떠받치는 최후의 보루다. ‘헌법 84조 논란’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원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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