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 확성기 재개, 어떤 北 도발에도 대비해야

조선일보 2024. 6. 1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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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한 9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에 맞서 대통령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 북한이 8일 밤부터 또 오물 풍선 살포에 나서자 사전 경고한 대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오물 풍선뿐 아니라 군사위성 발사와 GPS 교란, 탄도미사일 무더기 발사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발송을 문제 삼고 있지만 전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늘 그랬듯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려는 구실일 것이다. 국민 불안을 고조시키고 그 책임을 현 정부에 돌려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다. 벌써 정치권 일각에선 ‘북이 무력 도발하면 정부 책임’이란 식으로 화살을 우리 쪽으로 돌리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풍선 도발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생화학 무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최악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

확성기 방송에 북한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2015년 목함 지뢰 도발 당시 우리가 방송을 재개하자 북은 ‘확성기를 타격하겠다’며 포격 도발을 감행해 우리 군이 포격으로 맞서기도 했다. ‘준전시 태세’까지 선포됐다. 당시 북은 며칠 못 버티고 고위급 회담을 먼저 제안해 이례적으로 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김정은은 작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남북 연결 철도·도로에 지뢰까지 매설했다. 최악 경제난으로 김씨 왕조의 체제 결속력도 예전 같지 않다. 어떤 불장난을 할지 모른다.

그런 와중에 경기도 최전방의 서울 길목을 지키는 육군 1사단장이 지난 1일 오물 풍선 살포 때 음주 회식을 하느라 작전 지휘 현장을 벗어난 사실이 드러났다. 북 도발이 예고돼 대비 태세 강화 지시가 떨어진 상황에서 지휘소를 떠나 술을 마셨다니 군기가 무너졌다.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만큼 북한 도발은 상수(常數)로 봐야 한다. 휴전선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군사 도발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은 철저한 군사적 대비책을 마련하고 긴장 관리에 한 치 빈틈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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