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인재경영의 두 관점, 성과주의 vs 유대감의 힘

2024. 6. 1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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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 텍사스A&M 커머스대 인적자원개발학부 교수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인재경영에는 상반된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인적자본(human capital)의 관점이다. 사람들이 가진 지식, 기술, 경험의 총화인 인적자본이 사실 공장의 기계 같은 물적자본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긴다. 따라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적자본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투자 대비 높은 성과를 창출해내는 것이 경영의 목적이다.

인적자본의 관점은 철저한 성과주의로 무장하고 있다. 조직 성과를 극대화하는 평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조직 운영에 있어서 탁월함을 추구한다. 이런 조직일수록 재능 있고 야망이 넘치는 특출난 인재가 몰리며 그들의 높은 생산성을 기반으로 재무적 성과를 만들어낸다. 사업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뒀지만, 파괴적인 조직문화로도 악명 높은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 대척점에는 사람(people)의 시선으로 인재경영을 하는 조직이 있다. 평범한 사람이 모여도 그들 각자가 가진 놀라운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면 구성원도 행복하고 고객도 만족하며 영원히 지속되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관점에서 사람은 ‘자본’이 아니다. 구성원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정도를 걸어나가는 그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결과는 그 과정의 끝에서 따라오는 것이다.

사람 관점의 인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일수록 위기 상황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조직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구성원이 끈끈한 유대감으로 똘똘 뭉쳐 헌신적으로 대응한다. 한 분야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오랜 시간 업무에 매진하다 보면 결국에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놀라운 혁신을 이뤄내기도 한다. 사람 중심 인재경영의 대표 주자는 최고 혁신 기업이면서도 일하기 좋은 직장 순위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인적자본과 사람 관점의 장점을 모두 겸비한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을 키우면 될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두 관점이 각각 반영된 인재경영 시스템은 양립하기 어렵다. 두 시스템은 조직 내 한정적인 자원을 두고 경쟁하며 서로를 파괴하려 한다. 미국의 수많은 기업이 써내려온 그 기나긴 역사 속에서도 인적자본과 사람의 관점을 조화시켜 위대한 기업이 된 곳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구글 정도인데, 그 영광의 시대도 그리 길지 않았다. 그렇기에 많은 기업이 인적자본 또는 사람 관점 둘 중 하나를 선택해 그에 특화한 인재경영을 펼친다.

인적자본과 사람 관점의 인재경영 시스템 사이 대립은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종종 관찰된다. 아티스트라는 ‘사람’이 전면에 나서는 사업 구조라 더 눈에 띄기도 한다. 인적자본 관점의 인재경영을 펼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소속 아티스트의 인적자본 면모를 중시한다. 변화된 대중매체 환경에서 투자 대비 아티스트가 내는 성과가 더 높은 게 중요하므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스타성에 주목한다. 기업 전체의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속 아티스트의 홍보 시기나 예산 비중 등을 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회사와 소속 아티스트 사이 유대감을 중시하며 사람 관점의 인재경영을 채택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도 있다. 아티스트와의 약속을 중시하고, 전성기 동안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게 조직의 사명을 실천하는 방식이라고 여긴다.

인적자본과 사람 관점의 인재경영 시스템이 조화를 이룬다면 위대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는 아티스트를 효율적으로 성장시키는 경영 시스템과 노하우를 갖췄고, 후자는 경영진과 아티스트의 끈끈한 관계에 기반한 독보적인 혁신성을 내재하고 있다. 두 면모가 결합하면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할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겠지만,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두 관점 사이의 갈등을 실패 또는 파국이라고만 평가하고 싶지 않다. 원래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인적자본 관점과 사람 관점의 인재경영을 융합하려는 시도 자체에 모든 혼란과 고통을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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