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노르망디 80주년’과 동맹의 결기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6. 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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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부부가 6일(현지시간) 프랑스 북서부 생로랑쉬르메르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를 환영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6일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행사를 보며 미국과 유럽 동맹의 달라진 결기를 느꼈다.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에선 ‘유럽 해방’의 대의 아래 연합군 병사 15만명이 상륙했고, 이 중 약 1만명이 독일군의 반격에 희생됐다. 80년이 지난 지금도 모래밭 깊숙한 곳엔 선혈이 흐를 듯한 해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서방 25국 대표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나란히 섰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고비마다 분열하고 우물쭈물하던 예전 모습을 무색하게 하는 광경이었다.

세계인을 향한 격문(檄文) 같은 말들도 쏟아졌다. 바이든은 “80년 전 우리의 젊은이들은 죽음을 예감하고도 자유와 인권을 위해 기꺼이 이 해변에 발을 디뎠다”며 “그날 영웅들이 한 일을 이제 우리가 해야 한다”고 외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가 싸워 쟁취한 자유와 민주의 가치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 역사를 다시 쓰고 무력으로 국경을 바꾸려는 시도를 보며 80년 전 이곳에 상륙한 이들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젤렌스키를 바라보며 “그들이 가졌던 용기를 다시 한번 품어야 한다. 우리는 절대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마치 ‘다시 한번 희생을 치를 각오가 됐다’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미국과 유럽 동맹은 최근 ‘서방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 금지’라는 또 하나의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어섰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에 이어 미국과 독일도 ‘선’을 넘었고, 서방 무기가 실제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사실도 확인됐다. ‘망상’ 취급을 받던 우크라이나 파병론도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또다시 ‘핵 전쟁’ 위협을 휘두르고 있지만, 서방 동맹의 태도는 예전과 달라졌다.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 말자”던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이날은 “우린 전 세계 군사력의 50%를 보유한 동맹”이라며 이례적인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전쟁엔 여전히 변수가 많다. 당장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가 약진하거나,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 ‘성급한 평화’를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미국과 유럽 동맹이 단합을 유지하고, 하나둘 ‘금기’를 깨 온 과정을 계속 이어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유·민주라는 ‘가치’를 위해서든, 아니면 안보 혹은 지정학적 실리를 위해서든, 그들은 필요하면 자국민의 큰 희생을 치러서라도 공동 목표를 이뤄내는 냉철한 결단을 여러 번 보여왔다. 그 역사적 결과 중 하나가 대한민국의 존재다. 해변에 나란히 선 서방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며 일종의 ‘두려움’마저 느꼈다.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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