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고 고개 숙이고…갈등 해결법도 성장중

벤치클리어링 곧장 수습한 김경문 감독, 박상원도 다음날 KT 더그아웃 찾아 사죄
라모스 도발에 두산 주장·코치진도 사과…1000만 관중 앞두고 현장도 품격 갖춰가

김경문 한화 감독이 지난 5일 수원 KT전을 마친 뒤 한화 투수 박상원의 세리머니로 인해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지자 이강철 KT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끌어안고 있다. 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지난 5일 한화-KT전 종료 직후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그라운드로 쏟아져나온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김경문 한화 감독은 곧장 홈팀 더그아웃으로 가 이강철 KT 감독을 찾았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벤치클리어링의 발단은 한화 투수 박상원의 지나친 세리머니였다. 이미 12-2로 크게 앞선 8회말 등판한 박상원은 아웃 카운트를 잡을 때마다 발을 차고 주먹을 불끈 쥐며 크게 환호했다. 상대 선수단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모습에 류현진 등 한화 선수들이 KT 더그아웃을 향해 “미안하다”는 손짓을 보내기도 했다.

개막 초반부터 부진하던 박상원은 최근 원래 기량을 조금씩 회복하는 중이다. 그간 느낀 답답함을 당일 마운드 위에서 분출한 듯 했으나 지나친 동작으로 논란을 만들었다. 김 감독은 “내가 앞으로 더 잘 가르치겠다”고 했다.

박상원은 이튿날 경기 전 KT 더그아웃을 찾아 이강철 감독과 KT 주장 박경수에게 사과했다. 경기 중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의도치 않게 벌어진 감정 싸움은 6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베테랑 감독의 빠른 판단과 강한 메시지 덕에 바로 수습됐다. 김 감독은 “오해 사는 행동은 서로 하면 안 된다. 그게 멋진 거고 스포츠”라며 “다음엔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7일 잠실 KIA-두산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5-5 동점이던 7회말 2사후 두산의 3루 주자 헨리 라모스가 KIA 투수 최지민을 향해 크게 소음을 내면서 과하게 스킵 동작을 시도 했다. 투구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타석에 있던 두산 김재환이 ‘그만하라’고 손짓을 했고, 가까이서 보던 KIA 유격수 박찬호도 제지했다.

이닝을 마친 뒤 KIA 선수단에서 불만이 나왔다. KIA 베테랑 선수들이 두산을 향해 불만을 표출했다. 사태를 인지한 두산 주장 양석환은 경기 종료 후 KIA 주장 나성범에게 라모스 대신 사과했다. 코치진도 수습에 나섰다. 이승엽 두산 감독 대신 박흥식 수석코치가 진갑용 KIA 수석코치에 전화하고, 8일에는 이범호 KIA 감독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8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야구한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달라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프로는 항상 페어플레이 하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며 “한 번은 실수지만, 다음부턴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확실히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승패를 놓고 다투는 프로스포츠에서 경기 중 선수 간 또는 벤치 사이 신경전은 벌어질 수 있다. 과한 승부욕에서 비롯된 벤치클리어링도 경기 일부다. 그러나 갈등의 골이 깊어져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당사자들 스스로 막아야 한다.

언제든 일은 벌어질 수 있다.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가 상황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1000만 관중’ 시대를 앞둔 프로야구가 품격 있게 성장하는 길이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