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문화 산업 시대, 병역 특례 제도 재조정이 필요하다
호국보훈의 달 6월에 순국선열의 위대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면서 안보 역량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병역특례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BTS의 군복무 사례를 들며 예술·스포츠 병역특례 제도 폐지 가능성을 이기식 전 병무청장이 언급한 데 이어 지난달 취임한 김종철 신임 병무청장도 예술체육요원의 병역특례 제도 폐지 검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매년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 1만~1만5000명에 대해 병역특례를 주고 있다. 이에 비해 예술체육요원은 연평균 40명 내외가 병역특례 혜택을 받고 있다. 산업 분야 대비 예술·체육 분야는 0.3~0.4%의 미미한 비율인데도 마치 불공정 병역특례의 온상인 양 ‘동네북’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총칼과 무기로 싸울 뿐 아니라 과학기술, 문화예술, 스포츠 등 소프트 파워 역량을 활용하고 세계인의 마음을 사서 싸워야 한다.
매년 1만여 명의 산업기능요원에 대한 병역특례는 철강, 기계, 전기, 제조업, 정보처리, 게임, 석탄 채굴, 해운수산업, 에너지 건설업 등 중소기업에 대한 인력을 지원하는 성격이 짙어 보인다. 그렇다면 1차 농공업 산업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닌가? 4차 AI 문화 산업 시대와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맞게 산업기능요원 병역특례제도를 냉철하게 재평가하여 인구 절벽 시대에 병역 자원 확보의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
국제기능올림픽의 기계설비, 석공예, 조경, 용접, 요리, 제과, 배관, 미장, 피부미용 등 49개 직종 수상자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데 반하여 국제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올림피아드의 금메달 수상자는 병역특례 대상이 아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는 한국 과학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병무 행정의 초점을 기초과학 발전에 맞추어야 한다. 석사급 이상 학력을 가진 전문 연구요원이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병무청이 선정한 대학, 연구기관에서 연구하게 하는 병역특례 제도가 있다. 기초과학, 첨단과학, 우주과학, 방위산업, 공중보건의료 등 국가 미래 전략 분야로 그 범위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한류 문화의 선도 역할을 하던 BTS가 병역특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자진 입대하였다. 지구촌 청년들의 가슴에 따듯한 한국의 마음을 심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던 BTS의 활동 중단으로 세계 수천만 명의 BTS 아미(Army)가 패닉에 빠지고 한류 팬이 격감하고 있다고 한다. BTS는 문화 경제적 효과와 함께 문화 안보 외교에도 큰 공헌을 했다.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2023 월드챔피언십에서 페이커 이상혁은 4관왕에 올랐다. BTS급 대중예술인과 함께 전 세계 시청자 4억명을 돌파한 e-게임 세계 챔피언도 병역특례 혜택을 받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세계 13위 경제 대국 대한민국 국민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나 정신적으로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문화의 세기에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예술, 스포츠 분야의 병역특례 쿼터를 100명까지 현실화한 ‘1% 예우’로 문화체육진흥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 주길 기대한다. 예술·체육 분야에 대한 립 서비스가 아니라 가슴에 와닿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지 말고 예술·체육의 맥을 이어갈 수 있는 축구 손흥민, 바둑 이창호, 발레 김기민 같은 분야별 ‘씨감자’를 보존·전승시켜야 한다.
정부, 의회, 재계, 사회 지도층과 그 자제들이 신성한 병역 의무를 솔선수범하여 이행하고 나라 위기 시 앞장서 전쟁터에 나가 희생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새 기풍을 세우는 일이 국가 안보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년 전 타계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공주 시절 2차 세계 대전에 군 트럭 운전병으로 손수 타이어를 갈아 끼우며 나치 독일군과 싸우고, 앤드루 왕자와 윌리엄 왕세손은 헬기 조종사로 포클랜드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천년 왕국을 지탱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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