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KF-21, 코리아 파이터
[ 더 보다 15회] KF-21, 코리아 파이터
김범용/한국항공우주산업(KAI) KF-21 체계팀장
어떤 분들은 옥상에 올라가서 최초 비행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오직 그 신념 하나 갖고 시작을 했던 거기 때문에….
배재진 소령/공군 제281시험비행대대
그때 시제 1호기 첫 비행이 안전하게 성공하고 지금 그로부터 2년 정도 되어 가죠.
<공군 제281시험비행대대, 지난 5월>
36살 배재진 소령, 배 소령은 전투기 조종사입니다.
하지만 여느 파일럿들과는 조금 다른 임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투기가 실전 배치되기 전에 성능을 시험하는 이른바 ‘테스트 파일럿’, 시험비행 조종사입니다.
오늘은 특별한 비행이 있는 날.
노후 전투기 F-4 팬텀의 퇴역을 기념하기 위해 KF-21 2대가 팬텀 4대와 편대 비행을 해야 합니다.
배재진 소령/공군 제281시험비행대대
F-4 팬텀 4기 그리고 촬영기 F-15K 2기가 대구 기지에서 15시에 이륙하면 우리 KF-21 2대 그리고 안전 추적기 2대, 4대도 사천 기지에서 동일한 시간에 이륙할 예정입니다.
비행에 앞서 꼼꼼하게 장구를 챙겨 입는 배재진 소령.
배 소령은 오늘 KF-21을 직접 조종해 편대 비행에 나섭니다.
비행을 함께하는 전승현 소령.
두 사람은 오늘 KF-21 1호기와 3호기를 각각 조종합니다.
이번 비행은 배 소령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배재진 소령/공군 제281시험비행대대
사실 시험 비행 조종사들은 정말 다양한 기종을 타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 팬텀을 타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번 달 퇴역하는 팬텀의 고별 비행에 최초의 국산 전투기를 몰고 함께 하는 날.
수없이 올랐던 조종석이지만 특별한 날이라 감회가 더 새롭습니다.
하늘에는 이미 팬텀 전투기 4대가 떠 있는 상황.
2년 후면 실전 배치될 최초의 국산 전투기, KF-21이 하늘로 솟구칩니다.
배재진 소령의 KF-21이 팬텀 편대에 합류했습니다.
배재진 소령/공군 제281시험비행대대
다른 기종의 항공기들이 이렇게 가까운 대형, 편대 대형을 유지한다는 게 사실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F-4 팬텀 고별 행사, 같이 편대를 이뤄서 비행을 할 수 있었던 게 너무 개인적으로 영광이었습니다.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팬텀 고별비행.
배재진 소령/공군 제281시험비행대대
같이 비행했던 조종사 편대 모두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안전하게 잘 100% 임무 완수하고 왔습니다.
조은애 중령/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 총괄
제가 이제 ‘KF-21 사업단에 간다’라고 했을 때 누군가 진짜 지나가는 목소리로 그냥 툭 한 번 던진 게 ‘야, 그건 진짜 역사적인 사업이야.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업이야.’ 맞잖아요. 진짜. 우리가 처음 우리 손으로 전투기를 이제 만든 거잖아요.
조은애 중령은 지난해부터 한국형전투기 사업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민항기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는 남편과 지난 2002년,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사관학교를 졸업하던 날, 그 날은 몹시 추웠습니다.
조은애 중령/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 총괄
사실 너무 그 졸업식이 길고 추워서 딱 들었을 때 그냥 듣고 흘렸어요. ‘전투기를 개발한다고?’ 그냥 딱 이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랬는데 그날 밤 이제 졸업식 끝나고 뉴스를 보는데 뉴스에 대서 특필이 됐죠. 우리나라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선언했다.
그리고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방위사업청에서 일하고 있던 어느 날.
국산 전투기 개발을 완료해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우리 독자 기술로 만든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가 오늘 공개됐습니다. (KBS뉴스 2021년 4월 9일)
KF-21이 20여 년 만에 시험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KBS뉴스 2022년 7월 19일)
조은애 중령/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 총괄
대부분 사람들이 ‘과연?’ 이렇게 생각을 했죠. '과연?' 그리고 ‘저게 날 수 있을까?’ 대부분이 다 그런 비관적인 생각이었고 그게 정말로 될 거로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지 않을까 싶어요.
조은애 중령은 국산 전투기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조은애 중령/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 총괄
일단 제가 조종사이기도 하고 한번 전투기를 개발하는 일은 도대체 어떤 일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고 이제 한번 가고 싶다라는 막연한 동경은 그때도 있었죠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조은애 중령/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 총괄
다 뜯어말렸어요. ‘너 거기 가면 큰일 나.’ 굉장히 사업단은 힘든 상황이었어요, 그때가. 그리고 그 당시에는 방사청에서 역대급 감사, 역대급 언론 대응 이런 수준이었거든요. 진짜. 그 수준이 다른 어떤 그런 것보다도 가장 셌어요. 근데 그걸 방사청 모두가 다 봤으니 ‘야 저기 절대 가면 안 돼. 저기 가면 무조건 감사야’ 그런 분위기였어요.
그러나 조 중령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지금은 한국형전투기 사업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조은애 중령/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 총괄
나는 죽을 때까지 뭐 어디 하나에 이만큼의 기여를 했다고 누군가한테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할 때 저한테 지금이 기회인 것 같아요. 진짜 이게 역사에 남을 큰일이고 거기에 조금이지만 나도 기여를 하고 있다
KF-21은 한국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4.5세대 초음속 전투기입니다.
정광선/한국형전투기사업단 초대 단장
KF의 K는 코리아를 뜻하고요. F는 파이터, 전투기를 뜻합니다. 즉 한국이 만든 전투기이고 뒤에 21은, KF-21이 처음으로 국민들께 모습이 비춰진 게 21년도 4월 9일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 영공은 KF-21이 방어한다 하는 그런 의미로 KF-21로 공군에서 명명했습니다.
KF-21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외형을 갖추고 있습니다
양욱/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기체 외향을 보시면 이거 아무리 봐도 스텔스기 아닌가요? 누가 봐도 이건 스텔스기입니다. 기체 외향이. 근데 이걸 왜 스텔스 기체라고 안 하고 4.5세대 기체라고 할까?
강구영/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일단 외형적으로 스텔스의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KF-21은 5세대로 진화하기에 굉장히 용이한 플랫폼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경쟁 기종들도 4.5세대이지만 그 기종들은 5세대는 죽어도 갈 수가 없습니다.
<경남 사천, 지난 5월>
어스름한 새벽, 근무복으로 갈아입은 강성진 씨가 일터에 도착했습니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시간.
강성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
회사에 오면은 새벽 5시 정도 되고요. 저희 부서원들보다 제가 1시간 정도 더 빨리 출근을 하는 편이에요.
부서원들이 출근하면 이제 각 부서별로 업무 배치를 시키고 그렇게 해서 비행 전 점검을 합니다. 최종 부서입니다 저희가. 시험비행 지원팀인데 여기에 몸담은 지가 25년이 넘었습니다.
강성진 조장은 KF-21 시제 1호기의 정비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강성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
20분에 엔진 돌릴 수 있도록 점검해주시고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엔진 점검에 앞서 기체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살핍니다.
강성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
엔진 돌리기 전에 저희가 육안 검사를 합니다. 육안 검사를 하는데 거기에 중점을 두는 거는 크랙이라든지, 뭐 데미지라든지 그런 게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겁니다.
오른쪽부터 시작해서 한 바퀴 삥 도는 겁니다, 쉽게 얘기해서. 그래서 플래시를 들고 다 일일이 조원들도 다 한 번씩 돌면서 다 보는 거고요.
점검의 최종 단계는 엔진 체크.
비행 전 점검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강성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
저희 부서원들하고 돌아가면서 하는데, 거기를 탑승할 수 있는 조건은 일단 저희 회사 내에 자격증을 취득해야 됩니다. 무조건 탈 수 있는 게 아니고요.
2년 전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1호기 조종석에도, 조종사보다 먼저 올랐습니다.
독자 개발한 국산 전투기 조종석에 최초로 앉는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강성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
상징적이라 그래서 그 부담감이 엄청나게 무시무시하죠. 그래서 많이 부담돼 가지고 처음에 1호기 안 한다 했어요.
하지만 KF-21의 첫 시험 비행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강성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
그 당시에는 긴장을, 서로 다 긴장을 했죠. 과연 아무 일 없이 돌아갈까, 잘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
우리 손으로 만든 한국형 전투기, KF21의 힘찬 엔진이 켜지고 있습니다.
마침내 성공한 최초 비행.
우리 손으로 만든 전투기가 비상하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강성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
첫 비행 하고 있을 때 혼자 몰래 가서 울었습니다. 첫 비행 했을 때.
쉽지 않았던 도전.
강성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
첫 도전이기 때문에 생소한 것도 많고 저희가 경험 안 한 것도 너무 많아서…. 하다 보니까 실수한 적도 있고
94년 입사 이후 최초의 국산 전투기 개발까지, 30년의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강성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
우리나라가 기술이 이렇게까지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되는 거구나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희가 KF-16을 면허 생산하면서 거기서부터 항공기에 대한, 전투기라는 게 이런 거다라는 기술을 축적하고, 그러고 나서 T-50이라는 훈련기를 개발하고, 그러고 나서 저희가 전투기라는 게 개발을 했기 때문에….
전투기 개발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양욱/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항공기 전투기 개발이 얼마나 어렵냐 사례를 말씀드릴 수 있는 대표적인 국가가 이스라엘입니다. 이스라엘은 ‘라비’라는 전투기 프로그램을 독자로 추진했는데 결국은 실패했어요.
7년여 만에 이스라엘은 전투기 개발을 포기했습니다.
양욱/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스라엘이 포기할 정도로 전투기 개발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이스라엘 방산 관계자하고 얘기해 보면, 그때 전투기 개발을 놓은 걸 지금도 땅을 치고 후회를 합니다.
강대국들은 이미 4.5세대 전투기 개발을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강구영/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지금 4.5세대 전투기로는 미국에서는 F-15, 16, 18이 있고 또 유럽에서는 라팔, 그다음에 유로파이터, 또 그리펜이 있습니다. 이 4.5세대 6개 기종이 어떻게 보면 전 세계 항공우주 주력 시장의 거의 80%, 90%를 점유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전투기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강구영/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지금 경쟁 기종들은 다 냉전 시대 때 1980년, 90년대에 3세대 전투기로 출발해서 4.5세대까지 진화한 그런 기종이지만, 우리 4.5세대인 KF-21은 21세기에 시작돼서 실제 4차 산업혁명 기술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첨단의 테크놀로지가 다 들어가 있는 그런 전투기입니다.
KF-21 첫 시제기 출고식(2021년 4월 9일)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입니다. 푸른 창공을 향해 비상할 KF21 보라매의 등장을 힘찬 환호와 박수로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KF21 독자 개발로 대한민국은 이제, 첨단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세계 8번째 국가가 됐습니다.
강구영/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첨단의 전투기를 연구 개발하는 과정은 굉장히 힘듭니다. 개발 기간이 굉장히 길고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고, 또 실패 리스크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난관의 연속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공중급유 비행시험, 지난 3월>
지난 3월 남해 상공.
KF21의 공중 급유가 이뤄집니다.
현대 전투기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지만, 매우 어려운 시험으로 꼽힙니다.
배재진/공군 제281시험비행대대
저도 안에서만 봤지, 밖에서 이렇게 찍어준 거는 영상을 보고 처음 봤으니까 되게 감회가 새로웠는데요.
배재진 소령은 최초의 국산 전투기로 공중 급유에 성공한 첫 조종사가 됐습니다.
배재진/공군 제281시험비행대대
사실 저도 새로운 항공기를 타고 공중 급유를 시도해 보는 것도 개인적으로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부담감은 상당히 많았고 그래서 준비하는 동안에 좀 더 꼼꼼히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20종 넘는 항공기를 경험한 시험비행 조종사 배재진 소령에게 국산 전투기 KF-21이 갖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배재진/공군 제281시험비행대대
해외에서 저희가 구매해서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들 같은 경우에는 제작 업체의 보안 때문에 무슨 결함이 있더라도 그 부분을 뭐 열어본다든지 고치기 위한 노력을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항공기가 고장이 났을 때 빨리빨리 고쳐서 탑승하지 못하게 되는 애로 사항들도 당연히 있고요.
수입 전투기는 언제든 운용이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강구영/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예를 들어서 우리가 미국제를 많이 쓰는데 미국하고의 관계가 틀어진다든지, 동맹이 와해 된다든지 할 경우에는 미국제 무기를 쓰는 데는 굉장히 제약 요소가 있습니다. 특히 수리 부속품이 제공이 안 된다든지 또는 무기가 제공이 안 될 경우에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이란이 되겠습니다. 이란이 왕정 때는 미국의 제품을 거의 썼는데 왕정이 무너지면서 미국과 관계가 깨졌습니다. 그러면서 이란의 항공 우주력이 거의 깨져가지고 지금까지 회복이 안 되는 그런 상황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유지비 문제도 큽니다.
양욱/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우리가 보통 무기체계들을 생각할 때 사람들이 착각하기 쉬운 것이요. ‘좋은 무기 한 번 사오면 그걸로 끝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을 합니다 마는요. 무기 체계를 사는 것보다요. 언제나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결국은 그 비용은 기체를 사오는 비용 이상으로 깨지게 되어 있습니다.
장원준/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금 우리가 미국의 F-16이나 F-15, F-35 이거를 구매해서 지금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게 성능 개량하고 운용 유지 비용입니다. 올 초 3월에 방추위에서 의사결정 한 게 F15K에 대한 성능 개량 사업이거든요. 거기에 지금 약 4조 원을 10년간 투자를 하겠다. 60대에 4조 원이면 대당 한 600~700억 원 정도 되지 않습니까? 조금만 더 하면 우리가 전투기 개발하는, 전투기 구매하는 사업하고 비슷한. 단지 그 하나의 성능 개량 사업이.
미래 5세대 전투기로 진화할 최초의 국산 전투기.
하지만 KF-21은 세상에 나오지 못할 위기도 많이 겪었습니다.
장원준/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과연 되겠냐, 우리가 할 수 있냐 이런 생각을 많이 가졌던 게 사실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약 10년간 무기 개발하기 전에 사업 타당성 분석을 합니다. 다른 무기 체계 사업은 통상 1~2회 정도 하고 마치는 게 일상적인데 이것은 7차례 10년 이상 걸렸습니다. 그만큼 논란이 많았다.
기술적으로 우리가 개발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 많은 비용, 당시에는 한 6조 원 정도 됐고 지금은 8조 원 넘었지 않습니까? 개발비만. 역대 최대의 무기체계 개발 사업. 이런 논란 끝에 항우심(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이라고 있습니다. 거기서 최종 결정이 나서 공동개발로 간다.
튀르키예와 인도네시아가 공동개발 참여 의사를 보였습니다.
결국, 한국의 주요 무기 수출국이던 인도네시아가 공동개발 파트너로 선정됐습니다.
정광선/한국형전투기사업단 초대 단장
우리가 기술도 없고 돈도 그렇게 많지 않으니 공동 연구개발을 해서 인도네시아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인도네시아도 그 비행기를 살 거 아닌가. 그리고 같이 두 개 파트너로 해서 세계 시장에다가 수출도 하면 좋은 거 아니냐.
인도네시아는 국산 전투기 개발 사업의 첫발을 뗄 수 있게 해줬습니다.
하지만 공동 개발을 시작한 지 13년이 지난 지금, 인도네시아가 내도록 되어있는 개발분담금 1조 원이 밀려있고, 최근엔 아예 분담금을 깎아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술 유출 사건까지 터지면서 인도네시아는 KF-21 개발의 가장 큰 불안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정광선/한국형전투기사업단 초대 단장
많은 분들이 인도네시아가 지금 계약을 안 지키고 있는데 왜 끌고 나가야 되는가라고 얘기를 하십니다. 그럼 이제 제가 역으로 그분들께 여쭤보면 지금 인도네시아가 돈을 안 내고 있는데 그럼 계약을 파기하면 그 돈은 어디서 납니까?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죠.
인도네시아는 KF-21 48대를 구매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장원준/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는 새로 만든 이 4.5세대 KF-21를 어찌 됐든 최소한 break even (손익분기점)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300대 이상을 넘어서 수출해야 하는 그런 절박한 입장이고요. 그런 측면에서는 인도네시아 시장이 지금 현재로서는 좋든 싫든 가장 중요하다.
일정 부분 추가 비용 분담이 불가피한 이유입니다.
장원준/산업연구원 연구위원
5천 억에서 1조 원 정도 우리가 개발 비용을 좀 더, 우리가 추가적으로 내더라도 한 5조 원 이상의 48대 인도네시아 수출이 더 중요하다.
우여곡절 끝에 첫 발을 뗀 개발 사업.
하지만 출발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KF-X,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자칫 좌초될 위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심 기술 이전 거부로 완제품 생산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KBS뉴스 2015년 9월 24일)
미국이 끝내, AESA(에이사) 레이더를 비롯한 전투기 개발의 핵심 기술을 이전해주지 않겠다 못 박은 겁니다.
양욱/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하나하나부터 정말 산 넘어 산이었어요. 당연히 우리가 또 그 시기때쯤 해서 KF-X 개발을 결정한 시기 때쯤 해서 F-35를 구매를 결정했잖아요. 그렇죠? 그러면서 다시 미국에 얘기를 한 겁니다. ‘야, 우리 이 절충교역으로 기술 좀 주면 안 될까?’ 미국은 당연히 '노(no)'를 하죠. ‘절대 안 돼.’
독자 개발은 무리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광선/한국형전투기사업단 초대 단장
제가 방위사업청에서 사업단장을 할 때 팀원들을 좀 차출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방위사업청 직원들 중에서 다 안 오겠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게 너무나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거기 들어가면 혹시 내가 감사를 받지 않을까 이런 것 때문에 상당히들 주저주저했는데….
20년 전 당시 국방연구원도 해외 기술 이전 없이 독자 개발은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정광선/한국형전투기사업단 초대 단장
만약에 2003년에 국방연구원(KIDA)에서, ‘이거 갑시다. 이거 해도 되겠습니다. 갑시다.’라고 했다면 아마도 지금과 같은 성과를 얻지는 못했을 거다. 즉 해외에서 많은 것들을 도입해다가 그대로 장착을 시켜서 항공기를 만들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산 전투기 개발에 대한 반대 여론이 오히려 국산화를 앞당긴 셈입니다.
정광선/한국형전투기사업단 초대 단장
국산화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는 뭐냐 하면 결국에는 외국한테 끌려다닌다는 말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새옹지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KF-21 엔진런(Engine Run), 2022년 6월>
전투기의 심장은 엔진입니다.
하지만, KF21의 엔진은 미국 수입품입니다.
이광민/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
KF-21를 우리가 국산 전투기라 하는데 엔진 하는 입장에서는 좀 아쉽죠. 저게 진짜 국산 전투기일까? 기체 플랫폼은 국산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대한 무장도 국산이 아닌 것도 있을 수 있고요. 특히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이 국산이 아니다.
전투기 기체 개발은 엔진 개발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광민/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
우리가 만약 6세대 전투기를 만들려고 하면 엔진을 과연 미국이 판매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엔진은 저희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을 때가 올 거로 생각합니다.
KF-21은 현재 70%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노지만/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국산화 부품에는 당연히 항공기 기체뿐만 아니고 AESA 레이더를 포함한 항전 장비들, 그리고 엔진의 핵심 부품들도 국산화하고 있고요. 추가적으로도 약 20개 품목을 현재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KF-21 기체가 최종 완성되는 고정익동.
2년 전 바로 이곳에서, 김의석 조장은 동료들과 함께 시제기를 탄생시켰습니다.
김의석/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저희 같이 일하는 팀원들이 퇴근도 못 하고 밤낮으로 계속해서 누설 점검을 하고 또 하고….
그는 이제 시제기를 넘어, 우리 군에 인도할 KF-21 20대 양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의석/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
양산은 개발의 연속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희가 양산 1호기, 2호기를 쭉 진행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발견되지 못했던 점도 나올 수가 있거든요.
KF-21 양산 1호기는 2026년 공군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박지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 시험비행 조종사
16년 전에 제가 미 시험비행 학교에서 교관님께서 ‘콜 유어 베이비 어글리(Call your baby ugly)’라는 표현을 하셨어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그러니까 자식을 낳았는데 너무 이쁘게 보지 말고 네 자식은 못 생겼다. 이렇게 치부를 해라.
만약에 이 개발하는 항공기를 너무 예쁜 모습만 보고 좋은 모습으로만 바라보게 되면 나중에 일정 지연뿐만 아니고 프로그램도 지연되고 그걸 다시 수정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들고, 심한 경우에는 그 프로그램 자체가 아예 셧다운 되고, 폐지되는 것도 제가 사례를 통해서 봤거든요.
세계는 이제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넘어, 6세대 무인 전투기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옆 나라 일본도 영국, 이탈리아와 손잡고 공동 개발에 나섰습니다.
KF-21 독자 개발을 계기로 미래 전쟁에 대한 대비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한성호/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연구원
저는 AI가 사람을 도와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그건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중요한 것은 저희가 원하는 수준의 AI를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서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이제 저희 회사가 가져야 할 AI 기술력이라고 보고 있고요. AI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되겠죠.
KF-21 개발을 위한 시험용 항공기, ‘시제기’는 총 6대.
양산 1호기가 나오게 될 2026년까지, 2천 번 넘는 시험비행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배재진/공군 제281시험비행대대
시험 비행이라는 게 가장 안전한 영역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위험하고 어려운 임무들만 남게 되는 겁니다. 뒤로 갈수록.
기적을 이루기까지 꼬박 23년.
정광선/한국형전투기사업단 초대 단장
기적이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록히드 마틴에서 온 엔지니어들이 그걸 보고 ‘야, 정말 축하한다. 우리는 너희 못할 줄 알았어.'
우리 손으로 만든 최초의 전투기.
김의석/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엔지니어
그만큼 좋은 비행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믿고 그걸 지켜봐 주시면 될 것 같고요.
노지만/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우리 손으로 우리나라를 지킨다는 의미에서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KF-21은 이달, 본격적인 양산 절차에 돌입합니다.
기적이 모여 23년 만에 만들어낸 최초의 국산 전투기.
KF-21의 비상은 이제 시작입니다.
정광선/한국형전투기사업단 초대 단장
앞으로 선진국에서 우리한테 기술 이전 절대 안 해줄 겁니다. 저희가 KF-21을 개발했기 때문에 선진국은 이미 저희를 경쟁 상대로 보고 있을 거라고 저는 봅니다.
촬영: 조선기 강우용
편집: 최정연 김지영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신용하 김보현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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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기자 (nar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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