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서도 쩌렁쩌렁 들리는 ‘소리 대포’…정부 “긴장고조는 북한 책임”
접경지역 대북 확성기방송 6년만에 재개돼
軍 “재개 시점·장소 등 공개불가” 작전보안
지난주 방송재개 준비 ‘자유의 메아리’ 훈련
신원식, 전체 軍장병·국방부 정상근무 지시
민주당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 비판
남북간 ‘풍선 전쟁’이 불붙은 가운데 6년여 만에 가장 강력한 ‘비물리적 압박 수단’으로 불리는 대북 확성기의 방송 스위치를 올린 것이다.
이날 정부가 북측의 비상식적 풍선 도발에 대한 강경 대응에 착수하면서 한반도 정세도 상당 기간 긴장 국면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국가안보실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앞으로 남북 간 긴장 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있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이번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해 경고한 바와 같이 오늘 오후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북확성기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면서 “오물 풍선 살포 등 비열한 방식의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군은 이번에 6년여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해 ‘미리듣기’로 위력시위를 펼친 뒤 공을 북측으로 넘겼다. 이는 ‘추가 도발 땐 언제든 확성기 스위치를 켤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히는 포석이다.
합참은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한 정확한 시점과 장소, 개수 등에 대해서는 ‘공개 불가’ 기조를 유지했다.
합참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준비는 다 됐다”면서도 “군사작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북한이 대북 확성기를 조준해 쐈던 전례를 고려해 보안을 지킨 셈이다.
합참은 이번에 ‘자유의소리’ 라디오 방송을 확성기로 재송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군심리전단에서 제작·송출하는 대북 방송이다.
대북 확성기는 지형·기상 여건에 따라 전방 20~30㎞까지 소리를 보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군은 북한 실상과 한국의 현실을 다룬 뉴스와 날씨 정보, 한국 인기 가요, 영어 회화 방송 등을 내보냈다.
과거 접경 지역에서 거주했던 한 탈북민은 “남쪽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면 개성 같은 곳에서는 또렷하게 들린다”고 전했다. 그는 “접경 지역 학생들이 대북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영어회화 표현을 흥얼거리고 다니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일요일인 9일 국방부 본부와 전체 군 장병을 정상 근무시키며 확고한 대비태세를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와 추가도발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국방부와 전군차원의 엄정한 대비태세와 작전기강 확립이 긴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는 신 장관의 유례 없는 지시에 대해 ‘보여주기식 군기잡기’가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신 장관은 이날 오후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소집해 대비태세 유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회의에서 “북한이 직접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야당은 정부 대응에 대해 비판을 내놨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확성기 설치와 방송 재개를 천명한 정부의 대응이 현명한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참으로 저열한 방식의 북한 오물 풍선 도발은 강력하게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합참에 따르면 이번에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 330여 개 가운데 국내에 낙하한 것은 80여 개로 집계됐다. 확인된 풍선의 내용물은 폐지와 비닐 등 쓰레기였고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질은 없었다. 북한은 지난번 오물 풍선에 가축 분변 등을 섞여 국제사회에서 비난받자 마른 쓰레기만 담은 것으로 보인다. 또 바람의 방향이 예상과 달라지면서 남쪽에 도착한 풍선 갯수도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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