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수탈” vs “어쨌든 우리 배”…‘27조 보물선’ 주인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콜롬비아, ‘약탈당한 유물’ ‘자국 영해’ 주장하며 인양 계획 발표
국유 선박의 경우 타국 영해서 침몰했어도 ‘주권면제’ 경우 있어
콜롬비아 정부가 300년 전 침몰한 스페인 보물선 ‘산호세’호 탐사 작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수조원 상당 유물이 실린 것으로 전해지는 이 배의 소유권을 두고 최소 3개국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 볼리비아 정부는 배에 실린 유물이 식민지 시절 볼리비아에서 수탈당한 것이라며 유물 인양 계획까지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인양 이후 법원 판단으로 주인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어 산호세의 최종 주인이 누가될지 주목된다.
산호세호 소유권 문제는 간단치 않다. 이 배는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1683∼1746년)의 함대에 속해있던 범선이다. 1708년 6월 볼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약 25㎞ 떨어진 해상에서 영국 함대와 전투를 벌이다 침몰했고, 600명의 선원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 산호세호에는 당시 스페인 식민지였던 볼리비아와 페루에서 약탈한 200t가량의 금과 은, 에메랄드 등이 실려 있었다. 볼리비아뿐만 아니라 페루나 당시 스페인의 다른 식민지들도 소유권을 주장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보물의 현재 가치는 약 200억달러(약 27조2500억원)로 추산된다.
산호세호 보물 쟁탈전은 40여년 전에 시작됐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인양업체 시서치아르마다(Sea Search Armada, SSA)는 1981년 산호세호 침몰 지역을 찾았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정부와 SSA는 1980년대만 해도 산호세호의 소유권을 나눠 갖기로 했으나 배분 비율을 놓고 다툼이 벌어졌다. 2011년 미국 법원이 산호세호 소유권이 콜롬비아 정부에 귀속된다고 판결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일례로 2009년 스페인 군함 ‘메르세데스’호 사건이 있다. 미국 보물 탐사 회사 오디세이 마린 익스플로레이션은 1804년 포르투갈 서부 해상에서 침몰한 스페인 군함 메르세데스를 발견하고, 2007년 그 안에 있던 17t의 동전을 인양해 가져갔다. 하지만 이후 50만개에 달하는 동전과 유물을 스페인 정부에 돌려줘야 했다. 오디세이 측은 난파선이 공해에서 발견됐으니 소유권이 자신들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법원은 선박에 실린 화물과 동전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 적 없고 이는 국가 유산의 일부라고 주장한 스페인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편 콜롬비아는 국제 표준을 준수하고 유네스코에 난파선 인양에 대한 계획을 보고해야 하는 유엔 해양법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협약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난파선 보물의 소유권은 국제법에 따라 당사국 간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발견된 난파선의 선주가 따로 있더라도 발굴된 지점이 다른 나라의 해역에 포함되면, 소유권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2018년 유엔(UN) 문화기구는 콜롬비아 정부에 산호세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유네스코의 한 수중 문화유산 보호 전문가 단체 역시 서한을 통해 “콜롬비아가 역사적 가치가 아닌 판매를 위해 보물을 인양하는 것은 중요한 유산의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문화유산의 상업적 이용을 허용하는 것은 특히 유네스코 수중문화유산 협약에 명시된 최고의 과학적 기준과 국제적 윤리 원칙에 어긋난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를 의식한 콜롬비아 정부는 산호세호의 경제적 가치보다 고고학적 가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후안 다비드 코레아 콜롬비아 문화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과의 회담 후 “이것은 보물이 아니라 고고학적 난파선”이라며 “우리가 수중 고고학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가 될 기회”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산호세호에 실린 보물이 남미 식민지에서 약탈한 것이라는 점이 스페인에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약탈당한 유물은 원래 소유했던 나라에 돌려줘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지속해서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호세호는 3세기가 넘는 식민지 통치 기간 콜롬비아 해안을 따라 침몰한 1000척 이상의 배 중 하나로 추정된다. 특히 이 배는 이 해안에 수장된 배 중 가장 많은 양의 귀중품을 운반하고 있었기 때문에 ‘난파선의 성배(the holy grail of shipwrecks)’라고 불리기도 한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