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축 드러난 바이오USA…미중 갈등 속 韓 기회 잡아야"
"美 고부가 의약품 가치사슬 中에 넘길 수 없다고 보는 듯"
삼바 SK 셀트 등 위상 높아진 한국…공격적 마케팅나서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4'(바이오USA)가 6일 막을 내렸다. 미·중 갈등 영향으로 중국 기업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한국 기업이 기회를 찾아야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국 "고부가 의약품 생산 가치사슬 중국에 넘길 수 없어"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9일 바이오USA에 대한 개인 소회를 밝힌 글에서 "우시 뿐만 아니라 중국의 임상시험수탁(CRO), 제조공장지원(CMC), 위탁생산(CMO) 기업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중국기업의 위축이 두드러진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올해 바이오USA 가장 큰 이슈는 '바이오 안보'였다. 미국의 생물보안법(중국 우시 등과 거래 금지) 영향으로 매년 최대 규모의 부스를 자랑하며 참석해온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등이 이번 행사에 불참했다. 대신 대만이 세계바이오협회위원회(ICBA) 이사장을 맡았다.
이 사장은 "올해의 현상은 결국 미중간의 정치적 무역적 갈등의 결과"라며 "항체의약품, 세포·유전자치료제(CGT), GLP1 관련 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의약품의 생산 가치사슬을 중국에 넘기면 안 된다는 인식이 미국내에서 팽배한 것 같다"고 전했다.
대신 한국도 기회를 살려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중국 CRO를 사용하던 대부분 미국 바이오텍은 (생물보안법 등 미국의 규제에 대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CRO의 강점인 빠른 스피드와 가격경쟁력을 인도나 미국 유럽 등에서 대체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인도 업체는 품질면에서, 미국이나 유럽 업체는 가격과 납기 준수 면에서 중국업체를 따라잡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시점에 한국 CRO업체가 치고 들어갈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올해 바이오USA에는 70여 개국 1만9000여 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한국인 참관객 수는 1300명 이상으로 작년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최대 해외 참관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이번 바이오USA에 이례적으로 미국 백악관, 국방부 관련 인사가 참여했고 우리나라도 왕윤종 국가안보실 3차장을 비롯해 최선 대통령실 첨단바이오비서관, 김현욱 경제안보비서관 등이 전시장을 찾아 국내외 기업 부스를 둘러봤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각국 바이오산업 및 정책 이슈를 공유하는 자리인 ICBA 위원회 오프라인 총회에 참석했고 한·미 바이오산업 라운드테이블도 개최해 미국 상무부,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양국 바이오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이밖에 이번 바이오USA에선 미국 주 정부, 각국의 국가별 부스 경쟁이 치열했던 점도 특징이었다고 이동훈 사장은 전했다.
그는 "미국의 주 정부가 미친 듯이 부스를 만들었다"며 "거의 50개 주가 다 나온 것 아닌가 싶었는데, 리쇼어링정책(기업 유턴 정책) 물결이 거세지면서 각 주 정부가 세제혜택, 부지 제공 등을 미끼로 기업들을 유치하려는 열기가 한층 강해졌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주도권을 미국에 일방적으로 뺏기지 않으려고 각국 정부의 부스를 통한 홍보 경쟁도 치열했다고 전했다. 그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이 모두 부스가 있었고 동유럽 국가들 중 발틱 3국과 폴란드 등이 부스가 있었다"며 "동유럽은 글로벌 임상기지로서, 제네릭 의약품의 생산기지로서 포인트를 잡았고 서유럽은 빅파마와 동시에 제약바이오 생태계의 풍부함을 무기로 투자 및 기업 유치를 하려는 의도가 보였다"고 전했다.
중국 우시 부스 자리 꿰찬 SK팜테코..."한국 바이오기업 위상 높아져"
한편 이번 바이오USA에서 국내 기업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개별 기업 부스 중 최대 규모인 42평(139㎡) 크기로 전시장 입구 옆 '명당'을 차지했다. 부스 방문자 수는 하루 평균 1000여명으로 행사 진행 나흘간 4000여명이 다녀갔으며 미팅 건수만 85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과 새로운 위탁개발(CDO)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셀트리온도 행사 기간 1600명 이상이 부스를 방문해 전년 대비 2배 이상 많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주력 사업인 바이오시밀러와 후속 파이프라인 및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다양한 분야의 미팅이 이뤄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기업들과의 미팅은 목표했던 150건을 초과 달성하는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높아진 셀트리온의 위상과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바이오 USA에 부스를 차린 SK바이오팜은 행사 기간 200건의 미팅을 진행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상무)이 이번 행사에 참석해 약 50~70건의 비즈니스 미팅에 직접 참여하며 홍보 활동을 벌였다.
항체치료제 CDMO분야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분야에선 SK팜테코와 차바이오텍이 미국 생물보안법에 따른 중국 우시의 빈자리를 노리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SK팜테코는 기존 우시가 빠진 핵심 자리에 부스를 잡아 유럽(이포스캐시)과 미국(CBM)에 생산 기반을 둔 차별화된 역량을 홍보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바이오USA의 노른자위 땅을 얻었다"고 했다. 차바이오텍도 미국 CDMO 자회사 마티카바이오의 부스를 통해 한국과 일본, 미국 등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을 강조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결국 한국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고 각 분야(CDMO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신약은 SK바이오팜)에서 글로벌 위상을 다져가는 기업들이 나온다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아주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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