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 박힌 ‘불법 칠게잡이’ 파이프 하루에만 130개 파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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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만한 칠게 한마리 살리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
이날 인천녹색연합 등 활동가들을 포함한 시민 100여명은 송도 갯벌 약 300m 구간(옥련 나들목 인근)에 설치돼 있는 '불법 칠게잡이' 어구를 수거하러 모였다.
파이프를 이용한 불법 칠게잡이 방식은 송도 갯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녹색연합은 2015년 영종 갯벌에 파이프가 불법으로 설치된 것을 확인한 뒤 2018년 용유 해변과 2020년 영종도 동쪽 중산동 갯벌에서 불법 칠게잡이 어구를 직접 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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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어둔 파이프 10년 넘은듯
영종·용유해변 등 곳곳 방치
“엄지만한 칠게 한마리 살리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
8일 오전 10시 인천 연수구 옥련 나들목(IC) 옆 송도 갯벌, 1m가 넘는 파이프를 호미와 모종삽으로 파내던 이호정(30)씨가 펄에 박힌 다리를 두 손으로 잡아 빼며 이렇게 말했다. 갯벌에서의 작업이 익숙하지 않아 가만히 멈춰 있으면 그대로 발이 빠졌다. 그는 갯벌에 묻혀 있는 파이프를 꺼낸 다음 파이프끼리 연결된 끈을 잘라 뭍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서너명이 힘을 모았다. 무릎까지 빠지는 갯벌 위로 파이프를 힘겹게 밀어내기를 반복했다.
이날 인천녹색연합 등 활동가들을 포함한 시민 100여명은 송도 갯벌 약 300m 구간(옥련 나들목 인근)에 설치돼 있는 ‘불법 칠게잡이’ 어구를 수거하러 모였다. 옥련 나들목 인근 송도 갯벌에는 칠게를 잡기 위한 100여개의 파이프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도 손을 보탰다. 기자가 선 곳에서만 불법 폐어구 50여개가 송도 갯벌 곳곳에 박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갯벌 안으로 들어가 깊숙이 묻힌 파이프를 삽을 이용해 들어 올렸다. 꿈틀대는 갯지렁이와 칠게가 눈에 띄었다. 갯벌 먹이사슬 최하층에 있는 칠게는 갑각류 달랑게과에 속한 종으로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마도요의 먹이가 된다. 특히 갯벌을 정화하는 데 역할이 커 갯벌 생태계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이날 갯벌에서 꺼낸 모든 파이프 한 면은 길게 틈이 뚫려 있다. 칠게가 틈 사이로 한번 빠지면 다시 바깥으로 나올 수 없는 구조다. 문제는 성체가 되지 않은 칠게도 덫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이렇듯 무분별한 포획이 문제돼 파이프를 이용한 칠게잡이 방식은 법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통업자들은 관계당국 단속을 피해 파이프를 묻고 새벽시간을 틈타 칠게를 수거한다. 그리고 미끼 등으로 ㎏당 3000~4000원에 유통해 수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포획만이 아니다. 칠게 유통업자들이 파이프 대부분을 수거하지도 않고 갯벌에 방치한다는 것이다. 이날 시민들은 약 130개의 파이프를 수거했지만 여전히 파이프 30개는 갯벌에 남아 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정훈석(50)씨는 “묻혀 있는 폐어구를 빼낼 때 정말 힘들었다. 한 위치에 서서 힘을 줘야 하니까 몸이 펄 안으로 계속 들어갔다”며 “설치하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다. 모든 환경문제가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오늘 수거한 파이프 모두 10년 정도 방치된 것 같다”고 말했다.
파이프를 이용한 불법 칠게잡이 방식은 송도 갯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녹색연합은 2015년 영종 갯벌에 파이프가 불법으로 설치된 것을 확인한 뒤 2018년 용유 해변과 2020년 영종도 동쪽 중산동 갯벌에서 불법 칠게잡이 어구를 직접 수거했다. 지방지치단체는 인천녹색연합이 불법 어구를 방치했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인천 중구청장을 고발한 뒤에야 해양환경공단 등과 함께 이를 수거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최근 새만금에서도 송도 갯벌처럼 불법 파이프가 설치돼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전국적으로 이런 불법 폐어구가 많이 방치돼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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