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쇳밥’ 함께 먹은 동료”…암 투병 외국인 위해 성금 모은 직원들
“함께 일한 지 얼마 안 됐지만 그래도 ‘쇳밥’ 함께 먹은 동료 아닙니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한국에서 봤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7일 경남 창원의 선박 제조 회사 케이조선에서는 특별한 모금 전달식이 열렸다. 이 회사 협력 업체의 베트남인 직원 팜티레(33)씨의 암 투병 소식이 알려지자 본사와 협력 업체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병원비 1390만원을 모은 것이다.
시작은 지난달 27일. 조선소 벽에 ‘가치 있는 사업장 같이 만들자’라는 제목의 벽보가 붙었다. ‘먼 타지에서 가족을 위해 일해 온 팜티레씨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자’는 글귀에 동료 직원들이 하나 둘 응답했다. 얼굴도, 이름도 잘 모르는 외국인 동료를 위해 적게는 1만원부터 많게는 10만원까지 힘을 보탰다. 처음에는 팜티레씨와 가까운 동료 직원들이 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팜티레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내 협력사 협의회까지 나섰다.
케이조선 본사와 협력사를 더한 직원은 약 3000명 정돈데, 이 중 500명 정도가 외국인 근로자다. 직원 6명 중 1명은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왔다고 한다. 권상복 사내 협력사 협의회 회장은 “모두 함께 일하는 동료인데 돕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모금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렇게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1390만원이 모였다.
베트남에서 홀로 열두 살 아들을 키우던 팜티레씨는 지난해 11월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아들은 친정에 맡겼다고 한다. 팜티레씨는 조선소 안에서도 고된 일이라고 하는 도장 작업을 하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동료로 직원들은 기억했다. 그러던 팜티레씨는 지난달 중순쯤 몸이 좋지 않아 찾았던 병원에서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았다. 회사 동료들은 “아픈 내색도 하지 않았다”며 “베트남에 있는 가족을 위해 꾹 참고 일한 것 같다”고 했다.
팜티레씨는 지난달 23일 국내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했다. 긴급 수술 후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한 팜티레씨는 고향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지난 8일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팜티레씨의 수술·검사 등 병원비와 베트남으로 가는 항공 비용 등은 팜티레씨가 몸담았던 협력사 부강테크의 이강수 대표가 지원했다. 이씨는 “큰돈도 아니고, 함께 일한 회사 직원이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했다. 팜티레씨가 베트남 고향으로 가는 길에는 함께 일하던 또래 베트남 출신 동료가 자발적으로 함께했다고 한다. 팜티레씨는 회사를 통해 “건강하게 회복해 한국을 다시 찾겠다”는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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