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데이’ 80주년…노르망디서 결혼식 올린 100세 미 참전용사

윤기은 기자 2024. 6. 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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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종식 위하여” 건배사…미 하원의원 8명, 낙하산 점프
96세 신부와 행복한 새출발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100세 노인 해럴드 테런스(왼쪽)가 8일(현지시간) 프랑스 노르망디 카랑탕레마레 시청에서 진 스월린(96)과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프랑스 노르망디 카랑탕레마레 마을, 백파이프 연주가 시작되자 하늘색 양복을 입은 신랑이 결혼식장에 입장했다. 친지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는 사이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신부도 등장했다. 이들은 결혼 서약을 하고 반지를 교환했다.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며 입가에 함박웃음을 지은 신랑은 80년 전 노르망디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100세 노인 해럴드 테런스였다.

AFP통신은 이날 미 참전용사 테런스가 100세의 나이로 96세 신부 진 스월린과 결혼식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결혼식을 올린 카랑탕레마레 마을은 1944년 6월6일 연합군이 작전을 개시한 이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1942년 테런스는 미 육군항공대(현 공군)에 입대해 영국으로 파견된 후 프랑스에서 돌아오는 전투기를 수리하는 기술병을 맡았다. 그는 프랑스로 파병돼 독일군 포로와 석방된 미군 포로를 영국으로 수송하는 작전에도 참여했다.

신랑은 결혼식장에서 샴페인 잔을 들고 “모든 사람의 건강과 세계의 평화, 민주주의 수호,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다. 그러면서 “스월린은 (내가) 삶을 살 가치가 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스월린은 결혼식장에서 “젊은이들만 이런 걸 하란 법은 없지 않나”라면서 “(남편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며 웃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신랑과 신부는 친구의 소개로 2021년 처음 만났다. 둘 다 전 배우자와 사별했다.

같은 날 이들 부부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 엘리제궁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위해 주최한 국빈 저녁 만찬에 초청받았다.

지난 6일 이른바 ‘디 데이’(D-Day)로 불리는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맞아 노르망디 일대에서는 각종 기념행사가 열렸다.

공화당, 민주당 소속 미국 하원의원 8명은 지난 7일 노르망디 상공에서 낙하산을 타고 지상에 착륙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핵심적 역할을 했던 미군 부대에서 군 생활을 했던 제이슨 크로 의원도 낙하산을 탔다.

영국 공군 400명도 지난 5일 낙하산을 멘 채 노르망디 사네르빌 들판에 착지했지만, 땅을 밟자마자 간이 이민·세관 검사소에서 입국심사를 받는 모습도 포착됐다. 영국이 2020년 유럽연합(EU)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영국군 제6 공수사단이 공중 강하했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이 같은 퍼포먼스를 했다.

지난 6일 노르망디 콜빌쉬르메르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주제로 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출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주연배우 톰 행크스가 참석했다.

201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유럽·미국과의 관계가 냉각되면서 이번 기념식엔 불참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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