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4명 구출하려고…팔 주민 270여명 살해한 이스라엘
팔 “피비린내 나는 학살”…유엔 안보리 회의 소집 요구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돼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던 자국민 인질 4명을 8개월 만에 구출했다.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인질 구출 작전이자 가장 큰 성과다.
그러나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최소 274명이 죽고 700명 이상이 다치는 등 희생자가 속출했다. 이스라엘이 인질 구조를 이유로 또다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누세라이트 난민촌 내 하마스 은신처로 쓰이는 아파트 2곳에서 노아 아르가마니(26), 알모그 메이르 잔(22), 안드레이 코즈로프(27), 샬로미 지브(41) 등 인질 4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4명은 모두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에서 열린 음악축제 현장에서 끌려간 이들이다. 납치 245일 만에 구조된 인질들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의 씨앗들’로 명명된 이날 작전에는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 신베트, 대테러 특수부대인 야맘 정예 요원들이 동원됐다. 미국 정보기관이 인질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작전 전반에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낮 인구가 밀집한 난민촌의 주택가에서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야맘 지휘관이 사망했다.
이번 작전으로 난민촌에서 생활하던 팔레스타인 주민 수백명이 사망했다. 애초 가자지구 보건당국과 하마스는 이번 작전으로 최소 236명이 사망하고 40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고, 추후 최소 274명이 숨지고 7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앞서 난민촌 인근 알아우다 병원에 시신 142구, 알아크사 병원에 94구가 이송됐는데, 거리에 방치된 시신을 수습해서 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누세라이트 주민이자 구급대원인 지아드(45)는 “드론과 전투기가 도망치려는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면서 “그들은 4명을 구출하기 위해 수백명의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사상자 규모가 100명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비린내 나는 학살”로 규정하며 참사 책임을 묻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집트와 요르단도 이번 작전을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사상자에 대한 언급 없이 인질 귀환을 환영하며 “모든 인질이 돌아오고 휴전이 이뤄질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전은 전쟁 발발 8개월 만에 이스라엘군이 거둔 최대 성과다. 이스라엘군은 8개월간 가자지구 전역을 사실상 초토화하는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였지만, 이를 통해 구출된 인질은 이제껏 전쟁 초기 구조한 여군 1명과 지난 2월 라파에서 구한 2명 등 3명에 불과했다. 인질 240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105명은 지난해 11월 말 휴전 협상으로 석방됐다.
‘인질 구출’을 명분으로 한 전투에서 오히려 인질들이 사망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2월 백기를 들고 구조를 요청하는 자국민 인질 3명을 적군으로 오인, 사살했다. 최근에 사망이 확인된 인질 4명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여단 대변인 아부 우베이다는 “이스라엘은 끔찍한 학살을 자행해 일부 인질을 구출할 수 있었지만, 작전 중 다른 일부는 살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노골적인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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