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 주민들 “정부, 우리 안전은 뒷전”
시민단체 “평화 노력은 없어”
대통령실이 9일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대북 방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접경지 주민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확산됐다. 남과 북이 긴장과 갈등의 수위를 갈수록 높이면서 ‘물리적 충돌’ 우려가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8년 최전방 지역에서 모두 철거됐던 대북 확성기가 다시 설치되고 대북 방송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접경지 주민들은 “북한에 강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접경지 주민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5년 전부터 경기 파주시에 살고 있는 김민혁씨(26)는 “파주는 조금만 올라가면 북한이 보이는 동네라 정부가 대북 방송을 한다고 하면 언제 실제 상황이 생길지 몰라 불안하다”며 “평화를 위한 관계 회복은 방치해 왔으면서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냈기 때문에 대북 방송을 하겠다는 건 북한과 신경전을 이어가기 위한 명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교동도 주민 김영애씨(68)는 “2015년 목함지뢰 도발이 터졌을 때 교동도에서 대북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이 교동도를 타격하겠다는 방송이 나와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며 “그런데 또 확성기를 튼다는 거는 주민들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은 남북 긴장 고조로 현장 접근이 제한되면서 생계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안재영 파주 헤이리마을 촌장은 “대북 방송으로 인해 북한이 다음 행보를 보이면 민간인 출입통제선 인근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출입을 금지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파주 시민들은 생계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일운동 진영은 정부가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은 도외시하면서 북한의 ‘오물 풍선’에만 강 대 강 대치의 원인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은아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사무처장은 “이번 오물 풍선은 대북전단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긴장이 해결된다”며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대북전단 살포를 옹호해 사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충돌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원 서해5도 평화운동본부 상임대표도 “맞불 작전을 하다 보면 한 번은 충돌할 텐데 북한이 원인 제공을 한 점이 있더라도 우리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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