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라던 액트지오, 나흘 뒤 메이저급?
‘결과’ 아닌 “방법론 검증” 등
발표 뒤 수습하는 정황 이어져
‘1억달러’ 시추 비용 논란 가중
“해외 투자 유치, 합리적 대안”
동해 심해 석유 탐사 자료를 정밀 분석한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 등이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신뢰성에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직접 브리핑을 한 이유나 과정, 호주 기업 우드사이드의 철수 배경 등을 둘러싼 의문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지난 일련의 과정을 보면 윤 대통령 브리핑이 성급히 준비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우선 정밀 분석을 담당한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에 대한 평가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브리핑 직후부터 사실상 ‘1인 재택 기업’ 액트지오의 규모 등이 드러나며 전문성,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의혹이 확산했다.
이에 곽원준 석유공사 수석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심해 지역의 최고 기술 전문 업체”라고 했다. 그러다 같은 날 오후 정부 자료에서 다시 평가 절하됐다.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아브레우 고문이 액트지오를 “심해 분야 인력과 역량은 메이저 업체와 비교해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언급했다고 산업부가 전했다.
정부는 애초 “액트지오의 (평가) ‘결과’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의 검증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보다는 ‘과정’을 검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증에 참여한 이현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물리탐사 자료를 저희가 직접 해석해서 탐사 자원량이 얼마인지를 계산한 게 아니고, 액트지오와 석유공사가 각각 도출한 탐사 자원량이 적절한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도출되었는지, 그런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것들만 자문했다”고 밝혔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도 “결과를 해석하는 능력은 국내에서 부족”해 액트지오에 맡겼다고 말한 바 있다.
동해 심해 지역을 15년간 탐사했던 우드사이드의 철수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여전히 불분명하다. 정부·석유공사는 우드사이드가 광산업체 ‘BHP’와 합병하며 해양 중심이던 포트폴리오 재조정이라는 내부 사정으로 철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업계에서는 사업성도 복합적으로 고려한 철수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이근상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석유업계 특징 중 하나가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나오는 ‘팜인(Farm-in), 팜아웃(Farm-out)’이 자유롭다는 점”이라며 “(우드사이드는) 발견 가능성이 없다는 기술적 측면과 경영상 이유가 복합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의문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탐사 시추라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학계와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탐사 시추 한 번당 1억달러(약 138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추가 검증 논란과 비용 충당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조광권(광물을 탐사·채취 및 취득하는 권리)과 같은 지분을 유력 석유회사 등에 할애해 시추 자금을 충당하는 게 합리적 대안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탐사 자원량 최대 140억배럴에, 성공률 20% 등으로 유망하다면 투자할 해외 석유회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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