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값 바닥, 생산비 폭등…키울수록 빚” 한우협회, 12년 만에 ‘반납 집회’ 벌인다

안광호 기자 2024. 6. 9. 20: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축 수 느는데 수요는 줄어
2분기 도매가 전년비 5.2%↓
정부 “축산법 개정으로 지원”

한우 고기 가격 하락과 생산비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이 다음달 초 대규모 ‘한우 반납’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한우 반납 집회는 한우 가격 폭락과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발하며 서울 상경 시위까지 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9일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협회 회장단(15명)은 지난 5일 긴급회장단회의를 열어 다음달 초 한우 반납 집회 개최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협회 가입 농가는 국내 한우 농가(8만2000농가)의 약 37%(3만농가)를 차지한다.

협회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회장단 만장일치 결정이 나왔다”며 “집회 개최 결정은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매년 빚만 쌓이고 있으니, 반납한 한우를 정부가 알아서 키우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한우협회와 한우 농가는 2012년 1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소 떼를 몰고 와 정부에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하려다 경찰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협회는 다음달 집회 장소로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 일대와 국회, 세종 농림축산식품부, 서울 농협중앙회 인근 등을 검토 중이다.

한우 가격은 공급과잉과 소비위축 등으로 큰 폭 하락했다. 농식품부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한우 도축 수는 39만마리로, 전년 동기(36만마리) 대비 8.4% 증가했다. 한우 연간 도축 수는 2022년 86만9000마리, 지난해 92만9000마리, 올해 97만5000마리(추정)다. 지난해와 올해는 평년(75만6000마리) 대비 각각 24%, 29% 많다.

공급이 수요보다 늘면서 가격은 하락했다. 올 2분기 한우(거세우) 평균 도매가격(1㎏)은 1만7250원(잠정)으로, 1년 전(1만8188원)보다 5.2% 낮아졌다. 올 3분기는 1만7500원으로 1년 전(1만9628원) 대비 10.8%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농경연은 “올해 거세우 출하 대기 물량이 많아 도매가격은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또 올해와 내년 한우 수급 단계를 ‘안정·주의·경계·심각’ 중 가장 불안정한 상태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농경연은 “수급 불균형으로 농가의 소득 손실이 발생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료비와 인건비 등 생산비 상승으로 농가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우 비육우(고기 생산을 위한 소)의 1마리당 순손실은 142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73만6000원(106.8%)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한우법) 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우법은 한우 농가에 도축·출하 장려금, 경영개선자금 등을 지원할 수 있게 한 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우법을 만들면 한돈법, 양계법 등 축종별 법안이 난립할 우려가 있다”며 “한우법 취지를 살린 축산법 개정으로 한우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