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구 뻥뻥·대규모 지진까지…미래 화성기지 ‘소행성 경보’
밀도 낮은 대기권, 제동 역할 못해
속도·크기 그대로 추락 땐 피해 커
매년 화성에 위험할 정도로 가깝게 접근하는 소행성 개수가 지구의 2배가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소행성 가운데 일부는 화성 땅으로 낙하할 가능성이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건설될 화성 유인 기지에 직접적인 피해를 일으키거나 지면과 충돌해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난징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보’ 6월호를 통해 화성에 위험할 정도로 접근하는 대형 소행성이 매년 52개에 이르며, 이는 지구(20개)의 2.6배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위험할 정도로 접근하는 소행성’의 기준을 과학계가 정한 ‘지구위협소행성(PHA)’에서 찾았다. PHA는 지름이 140m가 넘으면서 지구에서 750만㎞보다 가깝게 접근한 소행성을 뜻한다. 지구에서 지름 140m짜리 소행성이 만에 하나 지상으로 낙하한다면 작은 나라 하나 정도는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서 PHA에 해당하는 소행성 가운데 약 1만개를 골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움직임을 예측했다. 그랬더니 이 가운데 일부는 소행성대 밖으로 빠져나가 가까운 행성을 향해 날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렇게 소행성이 튕겨 나가는 원인을 두고 “야르코프스키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야르코프스키 효과는 태양 쪽을 바라보는 소행성 표면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생긴 열 때문에 나타난다. 열이 우주로 방사되면서 소행성에서 일종의 추진기 역할을 한다. 이러면 소행성 비행 궤도가 기존 예측과는 달라진다. 야르코프스키 현상 때문에 ‘방황’을 시작한 소행성 일부가 화성 가까이 접근하는 수준을 넘어 낙하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정말 발생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지구인은 향후 수십 년 안에 화성에 도시를 지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명을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화성 표면에 건설된 큰 도시 위로 소행성이 떨어진다면 인명·재산 피해가 불가피하다. 화성 대기의 밀도는 지구의 1%에 불과해 지구에서처럼 소행성이 대기권으로 돌입하는 동안 불에 타 덩치가 작아지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소행성이 지면에 떨어질 때 생기는 충격으로 인해 지진도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12월24일 화성에 소행성이 떨어져 화성 지상 탐사선 ‘인사이트’에 규모 4의 지진이 포착됐다. 당시 소행성 지름은 5~12m였다. 이보다 큰 소행성은 더 큰 지진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이번 분석 결과는 미래 화성 탐사를 위한 대비책을 고안하는 데 참고가 될 것”이라며 “다만 화성 근처에서 소행성을 자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은 태양계 내부의 정보를 지구에서보다 더 쉽게 얻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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