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부작용 속출하는 비대면 재판

문예빈 2024. 6. 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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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접 법원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도 재판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선데, 아무래도 화상으로 하다 보니까 정말 말도 안되는 각종 속임수가 판 치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문예빈 기자입니다.

[기자]
2021년 미국 미시간주의 한 지방 법원.

데이트 폭력 혐의를 받는 가해 남성이 화상에 접속해 재판을 받습니다. 피해 여성도 함께 접속했습니다.

그런데 여성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옆을 쳐다 보며 말을 잇지 못합니다.

[드보라 데이비스 / 검사]
"판사님, 지금 피고인과 피해자가 같은 장소에 있는 것 같습니다. 피해자 신변이 걱정됩니다."

판사는 즉시 카메라를 돌려보라고 명령했지만 남성은 핑계를 늘어놓습니다.

[코비 해리스 / 가해 남성]
"(단말기) 배터리가 2% 밖에 안 남았어요."

거듭된 확인 끝에 결국 가해 남성이 피해 여성과 같은 장소에 있는 것이 확인 됐습니다. 남성은 그 자리에서 체포됐습니다.

[제프리 미들턴 / 판사]
"피해자와 같은 장소에서 (증언 못하도록) 협박한 케이스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판사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면 재판 때는 발생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비대면 재판의 부작용"이라고 말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도입된 비대면 재판 제도는 현재 40개국 이상에서 도입돼 운영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그 중 하나로 매달 3000건 이상 진행됩니다.

국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출석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대부분 1심과 2심 재판에 한해 허용됩니다.

문제는 급하게 제도가 도입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겁니다.

얼굴을 확인할 수 없게 고양이 필터를 사용한 피고인부터,

[고양이 필터 피고인]
"접속해 있어요. 제가 고양이는 아니긴 한데요."

마약으로 기소됐는데 재판 도중 대마를 피우는 피고인, 셔츠를 벗고 입장하거나, 샤워를 하고 오는 피고인까지 재판의 권위를 훼손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피고인 뿐 만이 아닙니다.

인도의 한 변호사는 재판 도중 식사를 하고, 또 다른 변호사는 물담배까지 피웁니다.

[임채원 / 검찰 출신 변호사]
"(이런 행동들은) 전체 사법 시스템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벌하는 쪽으로 입법화를 해야 될 것 같아요."

미국은 비대면 재판 악용 시 법정 모독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법을 새로 마련하는 등 제도 보완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문예빈입니다.

영상편집: 이혜진

문예빈 기자 dalyebin@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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